“뱃일 중 다리 절단 사고 후 쫓겨나” 선원 이주노동자 노동착취·인권침해 실태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지난달 14일 어선원 비자로 인도네시아에서 온 ㄱ씨(28)는 같은 배에 탔던 한국인 선원 2명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당한 뒤 방치됐다 숨졌다. 중국인 선원 ㄴ씨(25)는 2011년 6월 한국에 들어와 경남 통영 멸치배에서 매달 100만원 수준의 최저임금을 받고 일했다. 그는 지난해 8월 한국인 선원 5명, 인도네시아 선원 4명과 함께 조업 후 항구에 배를 정박시키다 밧줄에 다리가 끌려 오른쪽 다리를 무릎 위까지 절단해야 했다. 그는 부산의 한 쉼터에서 자신의 돈으로 치료중이다.

2011년 6월 한국 국적 원양어선에 승선 중이던 인도네시아 선원에 대한 성희롱과 폭행이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되면서 국토해양부가 ‘외국인 선원 근로여건 및 인권 개선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들의 삶은 여전히 열악하다.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어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보면 2012년 8월 기준으로 5912명에 달하는 국내 선원 이주노동자들의 93.5%가 폭언이나 욕설을 들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행을 당해도(42.6%) 그냥 참는 경우가 대부분(69.4%)이었다.

이들 가운데 36%가 산재를 당한 경험이 있었지만 산재 발생 시 선원재해보험으로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이는 42%에 불과했다. 보험에 대해 알고 있더라도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보상 절차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했다.

이는 선원 이주노동자 송출과 관리가 업체에 맡겨져 있는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이주와인권연구소 이한숙 소장은 “이주노동자들이 대부분 통역이 가능한 관리회사 담당 직원에게 인권침해를 호소하지만 그 회사는 선주 편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현지 송출회사와 국내 관리회사가 운영하는 방식 대신 공공부문에서 이를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보통 1000만원 이상의 송출비용을 들여 한국에 들어와서도 국내 선원노동자들과 임금 차별을 받는다. 현재 이주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월 110만원으로 141만5000원을 받는 내국인 노동자와 큰 차이가 난다. 연근해 어선에서 일하는 경우 연장근로에 대해 수당이 없어 오래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 소장은 “선원 이주노동자는 언어 소통에 제약이 있고 무거운 물건의 상하차 작업, 냉동창고 작업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산재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며 “임금 차별까지 두는 것은 명백한 차별로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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