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노동자 착취 ‘어글리 코리안’ 기업에 ‘모르쇠’ 한국 정부

아시아 노동자 최저임금 인상투쟁 도미노...“한국 기업 해당국 노동권 보장해야”

 

“캄보디아 봉제 노동자에는 2개의 수갑이 채워져 있다. 하나는 하루 10시간 노동에 6일 근무를 강요하는 단기 계약이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아파도, 여성노동자의 경우에는 심지어 임신을 하더라도 일자리를 잃을까봐 임신중절 수술을 해야 한다고 느낀다. 또 다른 수갑은 낮은 임금이다. 수갑 찬 이들에게 사측과 정권은 정신적 그리고 육체적 폭력이라는 총구를 겨누고 있다.”

캄보디아 지역교육단체 CLEC 대표 톨라 오엔(Tola Moeun)의 설명이다.

  160달러(약 17만원)로의 최저임금 2배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 중인 캄보디아 여성노동자. [출처: http://www.licadho-cambodia.org/]

90%가 여성인 캄보디아 봉제산업 노동자들은 하루 10시간씩 일해도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쥐꼬리만한 월급이지만 시골에서 일자리를 찾아 봉제공단으로 온 많은 여공들은 또 고향에 부칠 돈을 떼야 한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노동자들은 매달 50달러 이상을 빌려 빚더미에 빠져들고 있다.

일례로, 9일 캄보디아데일리에 따르면, 31세의 소우스 새리는 3끼 간단한 식사를 위해 하루 2.5달러를 쓴다. 가끔 고기를 먹을 때면 5달러를 쓰기도 한다. 욕실이나 수도가 따로 없는 가로세로 2.5미터 크기의 방 임대료로 20달러를 지불하며, 물세, 전기세가 추가로 15달러 들어간다. 그러니까 매달 기본적인 생활에만 130달러를 쓰는 셈이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은 비단 캄보디아의 경우만은 아니다.

아시아, 불붙은 최저임금 투쟁...노동조합 운동 활성화

캄보디아 최저임금은 월 80달러(약 85,000원)다. 캄보디아 정부는 올해 4월부터 95달러로 인상할 계획이지만 이 또한 10만 원 수준이다. 베트남 최저임금은 지난해 평균 월 12만 원, 올해는 지역에 따라 14.2-16.6%가 인상돼 겨우 20만 원을 넘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월 70-181달러(약 74,000-191,000원), 방글라데시는 한 달 38달러(약 4만 원)에서 지난 12월부터 77% 인상, 66달러(약 7만 원) 수준이 됐다.

[출처: 코트라 시장보고서, 2012년 5월, “아시아 주요국의 임금동향과 시사점”]

이러한 임금인상의 주된 동력은 아시아 노동자들의 격렬한 최저임금 인상 투쟁에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11월 약 300만 명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50%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총파업으로 전국을 강타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노동조합운동은 지난 2년간 총파업을 세 차례나 성사시켰다. 9월 말에는 방글라데시 노동자 5만 명이 최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6일간 파업을 진행, 1만 명은 고속도로를 점거하며 강력한 투쟁을 벌였다.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에서도 노동자들의 투쟁은 임금 인상에 주요 역할을 했다.

아시아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투쟁에는 살인적으로 치솟은 물가인상이 큰 영향을 미쳤다. 2013년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대비 방글라데시 물가인상률은 37.2%, 캄보디아는 12.1%, 인도네시아는 21.1%로 치솟아 왔다.

  지난해 11월 최저임금 50% 인상을 요구하며 48시간 총파업에 나선 인도네시아 노동자들 [출처: http://blogs.wsj.com/ 화면캡처]

저임금 여건에도 불구하고 치솟는 물가인상, 변화된 노동환경 등으로 인해 각국 노동조합의 투쟁은 보다 전투적으로 조직되기 시작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처장은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계속 오르면서 노동자들의 투쟁이 자연스럽게 시작된 측면이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나 사무처장은 일례로, “인도네시아 경우는 기업들이 대규모 제조업 단지를 형성하며 노동자들이 밀집된 지역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노동자계급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 “아시아 노동운동 활동가들을 만나면 대공장이 형성되면서 노동자들 간 연대나 조직이 잘되고 있고, SNS도 투쟁 소식, 연대 조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정영섭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사무국장은 “실제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노조운동이 활성화되고 있다”며 “최근 캄보디아 최저임금 투쟁은 CLC 등 독립노조가 주도했으며, 예전에는 노총들이 난립, 공동투쟁이 잘 이뤄지지 못했는데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는 노총 간의 연대 투쟁이 활발해졌고, 이를 기반으로 최저임금 인상 투쟁, 총파업 등의 공동투쟁을 전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글리 코리안’ 기업...모르쇠 한국 정부

[출처: http://www.licadho-cambodia.org/]

그러나 ‘포스트 차이나’의 주요 투자대상으로 동남아지역과 서남아지역이 떠오르며 몰려 간 한국 기업들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아시아 노동자들의 노동 쟁의를 탄압, 한국 기업의 오명은 커지고만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캄보디아 한국섬유협회다. 한국섬유협회 주도로 캄보디아봉제업협회(GMAC)는 5개 노동조합과 1개 노동단체의 파업에 대해 차량 파손과 조업 차질 등 피해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청구했다.

10일 <캄보디아데일리>에 따르면, 100개 공장은 노동조합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노동조합은 이들이 제기한 모든 혐의를 부정, 폭력을 야기한 것은 노동자에 대한 과잉 탄압에 나선 보안군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인도 등 저임금 노동 등 열악한 노동 환경과 투자 유치에만 급급한 아시아 각국 정부를 배경으로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부터 영원무역 등 중견기업까지 한국 기업은 이윤 내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한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2012년 삼성 공급업체들이 지역 폭력배를 동원, 노조 간부 및 노조원을 폭행, 노조 파괴 공작을 자행했다고 폭로했지만 삼성은 수수방관 하고 있으며, 2011년에는 영원무역에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은 사측이 납치, 폭행, 실종시켰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해외 한국 기업의 공장은 노동자 시위가 일어나는 주무대다. 캄보디아 약진공장, 방글라데시 영원무역, 인도네시아 삼성공장 등 사례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 편에 선 한국 정부는 현지 노동자의 현실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현지 노동권 침해를 감시, 대처하기 위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운영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한국연락사무소(한국NCP)는 지난 2011년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구제하는 데 적절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았지만 변화된 것은 없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처장은 “한국은 OECD 회원국이며 유엔 인권이사국을 맡는 등 사실상 선진국의 대열에 왔지만 기업은 국제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여전히 70, 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나 처장은 “해당국 노동권과 인권 보장을 위한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과 UN의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만 지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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