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경제활동인구 80만 시대, 삐걱대는 정책

 
내국인 일자리 위협 목소리 점증…"근본 재검토 필요"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외국인 인력정책을 둘러싸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 외국인 인력정책의 핵심인 고용허가제는 도입 9년 차를 맞으면서 불법체류자 양산 등 한계를 노출하기 시작했고 정책 조율을 둘러싼 부처 간 이견도 심상치 않다.

무엇보다 국내 일자리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경제활동에 나선 외국인이 벌써 80만명대에 달하면서 일자리 잠식의 위협을 느끼는 일부 내국인들의 불만도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외국인 인력 활용 문제에 대해 원칙 없이 미봉책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저출산 고령화와 외국인 정주화가 초래할 복지부담까지 따져 정책 대응을 큰 틀에서 근본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체류자 온상이 된 고용허가제 = 현재의 외국인 인력정책은 2004년 8월 도입한 고용허가제를 근간으로 한다.

경제성장과 함께 '3D 업종' 일자리에 대한 기피가 심화되면서 산업계 요구로 1993년 도입한 산업연수생 제도가 인권 침해, 불법체류자 양산 등 문제를 초래하자 도입한 제도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대규모 합법화 조치와 함께 도입한 고용허가제는 그동안 송출 비리 방지, 외국인 노동자 권익보호 등 나름 성과를 냈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는 8년여간 그때그때의 사정에 따라 조금씩 손질이 가해졌고 애초 내세운 정주화나 내국인 일자리 침식 방지 등의 원칙에는 균열이 생겼다.

무엇보다 정주화 방지를 위한 단기 순환 원칙은 이미 눈에 보일 만큼 큰 금이 나있다.

체류 허용 방식은 도입 초기 3년 체류만 허용하다가 1개월 출국 후 3년 추가 체류(3+3), 4년10개월 연속 체류(3+2) 등 방식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작년 7월 시행에 들어간 성실 외국인 근로자 재입국제도로 현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중간에 3개월만 출국하면 최대 9년 8개월까지 국내 취업할 수 있게 됐다.

만기가 도래한 고용허가제 입국자들은 이미 대거 불법체류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용허가제의 단기 순환 방식은 외국인 노동자의 체류 기간이 길어질수록 귀국 후 적응이 어려워져 돌아가지 않고 정주화하려는 경향이 커지는 데 따라 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조선족 우회통로 확대로 비공식 단순 인력도 증가 = 공사장이나 음식점 등 단순 인력 시장에 종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선족 등 재외동포는 애초 고용허가제 특례로 인원을 매년 별도로 할당해 비자를 내주다가 총 쿼터 30만3천명의 방문취업(H2)제로 체류자격 부여 방식이 변경됐다.

그러나 조선족으로 대표되는 동포들은 다른 체류 허가로도 단순 인력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이런 우회로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취업 제한 없이 영주자격을 주는 재외동포(F4) 자격 부여 범위의 확대다.

2010년에는 농업과 지방 제조업에 2년 연속 일한 H2 입국자에게 재외동포 자격을 허용했고 작년에는 국내 기능사 자격증 취득자에게 재외동포 자격을 추가로 허용했다. 이 두가지 조치를 통한 재외동포 체류 자격자는 조선족을 위주로 4만7천명이다.

이에 대해 동포 정책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법무부는 이들이 설령 인력시장에 진입하더라도 동포 정책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외국인 인력 정책에서도 동포에게는 다른 외국인보다 우선권을 줘야 한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재외동포 자격까지 총량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단순 인력 시장에 진입하는 동포는 엄연히 외국인 단순 노동인력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외국인력 도입정책의 최상위 기구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 재외동포 정책 의 최고 결정 기구는 재외동포정책위원회로 분리돼 있다.

부처 간의 이견이 좀처럼 조율되지 않고 파열음을 내는 배경이다.

◇외국인 경제활동 인구 80만 시대 = 통계청이 작년 6-7월 15세 이상 외국인 1만명을 표본으로 처음 조사한 '외국인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취업자수는 79만1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구직 활동 중인 실업자까지 더하면 외국인 경제활동인구는 82만4천명이다.

취업자 수로 보면 대략 국내 일자리의 3.3% 수준이다.

문제는 이들의 취업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잠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국인이 꺼리는 일자리에 한해 취업 허용 업종을 제한하는 등 정책 노력은 펼쳐왔지만 이미 몇년 전부터 관련 부처에는 외국인 인력 도입 확대에 항의하는 전화도 걸려오는 상황이다.

실제 외국인 단순 인력의 유입은 해당 인력 시장에서 내국인 저소득 계층과 미미하게나마 대체 관계를 낳고 내국인 노동자의 임금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낸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단순 인력시장에 종사하는 외국인은 고용허가제(23만3천249명), 방문취업제(25만5천293명) 등 60만명대다.

이들이 정주화할 경우 소득이 높지 않은 만큼 복지 등 사회적인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의 모순이 드러나는 만큼 인구구조 등 긴 안목을 갖고 국가전략의 큰 틀 속에서 외국인 인력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담당 공무원들도 각론은 다르지만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이진영 인하대 교수는 "그동안 외국인 인력 정책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식이었다"며 "국가전략과 이민정책, 인력정책을 연계해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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