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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추방한 우즈벡남성, 한달 넘게 행방불명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자국으로 강제 송환된 우즈베키스탄 남성이 한 달이 넘도록 행방불명이다. 우즈베키스탄은 고문을 자행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기사입력시간 [242호] 2012.05.08  07:43:09 허은선 기자 | alles@sisain.co.kr  
지난 2월15일, 우즈베키스탄 출신 A씨(34)는 종교적 박해를 이유로 한국에 난민 지위 신청을 했다. 자국으로 돌아가면 고문뿐만 아니라 죽임을 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3월21일, 법무부는 그의 난민 지위 신청을 기각하고 우즈베키스탄행 비행기에 그를 태웠다. 난민 지위 신청이 기각되면 당사자는 14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A씨는 난민 불인정 통지를 받은 지 3시간 만에 강제 송환됐다.

법무부가 A씨를 강제 송환한 이유는 간명하다. 위명(僞名) 여권으로 한국에 들어왔기 때문에 출입국관리법에 의거해 강제퇴거 조처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그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씨를 변호했던 국내 인권단체들의 주장은 다르다. 그의 여권에는 ‘가짜 이름’이 아니라 ‘개명 후 이름’이 기재됐고, 따라서 이는 신분을 위장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A씨가 이름을 바꾸고 여권을 발급받은 까닭은 무엇일까. 부인 B씨가 인권단체에 진술한 바에 따르면 사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2002년 합법 이주노동자 신분으로 한국에 왔다. 그러나 사업주의 폭행 등 부당한 대우를 견디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었다. 직장이 없기 때문에 그의 취업비자는 무효가 되었다. 이후 미등록 신분으로 한국에 체류하다가 2008년 1월 서울의 이슬람 사원에서 부인 B씨를 만났다. B씨는 한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유학생이었다. 두 사람은 그해 3월 결혼했다.


   
ⓒ공익법센터 어필
2월10일 A씨는 강제 퇴거 조처에 저항하다가 왼손 새끼손가락을 다쳤다.


그런데 2008년 7월, A씨의 아버지가 위암으로 위독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A씨 부부는 급하게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갔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따르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A로 개명을 하고 성은 배우자인 B씨의 성을 따랐다. 우즈베키스탄은 혼인신고를 할 때 남편이나 부인 어느 쪽이든 한쪽 배우자의 성을 따르도록 한다. 유학생 B씨가 성을 바꾸면 개명에 따라 변경해야 할 서류가 많을 테니 자신이 성을 바꿔야겠다는 판단이었다. 만료되었던 여권도 이때 갱신했다. A씨는 새 여권으로 여행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입국한 뒤 곧바로 동반거주비자 F-3로 체류 자격을 변경했다. 그는 부인 B씨와 함께 서울에 살며 자녀 두 명을 얻었다.

A씨가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붙잡힌 것은 올해 2월7일 오전 8시쯤, 이태원의 한 가게 앞에서였다. 단속반 직원은 A씨가 과거 개명 전 이름으로 한국에 체류했던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2008년 여행비자를 신청할 당시 ‘한국에 체류 경험이 없다’고 표시한 것도 문제가 됐다. A씨는 문맹이었다. A씨는 비자 작성을 도왔던 여행사 직원이 A씨 여권이 깨끗한 것을 보고 이처럼 표기했을 것이라 주장했다. A씨는 자신이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면 고문은 물론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다음 날인 2월8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A씨에게 강제퇴거 명령을 내렸다.

부인 B씨는 남편을 구명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다가 2월10일 유엔난민기구사무소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곧바로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 ‘A씨는 우즈베키스탄에 돌아가면 위험하기 때문에 난민 신청을 하겠다’고 의사 표시를 했다. 그러나 B씨는 난민 신청 절차를 안내받지 못했다. 이후 출입국관리사무소는 ‘A씨를 제3국을 경유하는 비행기에 태워줄 테니 난민 신청을 하지 말라’고 전화로 회유했다. 글을 모르는 남편 대신 난민 신청을 하고 싶다는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 등을 전전하던 B씨는 2월14일, 대법원에서 한 직원을 만났다. 이 직원은 그녀가 들고 온 난민 신청서에 ‘가족 등 대리인이 위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고 영어로 설명해줬다. 이 직원의 도움으로 B씨는 2월15일 남편의 난민 신청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난민 관련 단체들도 그녀의 호소를 듣고 A씨를 돕기 시작했다.


   
법무부는 A씨에 대해 위장 난민 신청이라며 강제 퇴거를 명했다.


그러나 3월21일 저녁 7시, A씨는 난민인정불허처분 통지서를 받았다. 그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공무원들과 함께 인천공항으로 이동해 밤 10시25분 출발한 우즈베키스탄 항공 비행기에 탔다. 이후 그는 한 달째 행방불명이다.


한국에서 종교 활동했다고 7년형


우즈베키스탄은 정부에 등록된 시설 밖에서 종교 활동을 하는 국민에게 테러리스트라는 죄명을 씌우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A씨는 이슬람 수니파였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수니파 교도들이 중동에서처럼 민주화운동을 할까 두려워 이들을 혹독히 박해한다. 우즈베키스탄의 열악한 인권 상황, 특히 불법구금과 고문에 대해서는 유엔고문특별보고관 등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왔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이슬람 사원을 드나드는 등 종교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7년형을 선고받은 한 우즈베키스탄인은 “A씨는 절대 우즈베키스탄에 돌아오면 안 된다. 그도 우즈베키스탄에서 파견된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가 2010년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하자마자 경찰에 끌려가 수감 조처됐다.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관도 2월14일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공문을 보내 A씨가 여권을 위조했으니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송환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한국 법무부는 ‘A씨가 자국 정부로부터 종교적 이유로 박해받은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고, 우즈베키스탄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의 난민 신청을 기각했다. 국내 난민 지원단체들은 “‘A씨는 테러리스트다’라는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주장을 한국 정부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 아니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A씨가 행방불명되자 법무부를 향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자국으로 송환될 경우 고문을 당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그를 강제 송환한 것은 한국이 비준한 출입국관리법·난민협약·자유권규약을 위반한 것이다’라고 법무부를 비판했다. 김종철 변호사는 “우즈베키스탄의 인권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해외개발원조(ODA)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이 정한 ODA 중점협력 대상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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