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금지 입맛대로?'…외국활동가 국익유해자로 내쫓는 한국



【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1. 그린피스 동아시아 소속 환경운동가 3명은 지난달 2일 홍콩을 출발해 낮 12시30분께 인천공항을 통해 방한했다. 그러나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의해 입국을 거부당했다.

입국을 시도한 환경운동가들은 사무총장 마리오 다마토(Mario Damato), 조직국장 컹 풍카(Keung Fung Ka), 한국사무소 책임자 라시드 강 (Rashid Kang)이었다.

입국이 거부된 이유는 법무부가 이들을 '국익유해자'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2일 오후 8시께 인천공항을 출발해 홍콩으로 되돌아갔다.

환경운동연합, 기후변화행동연구소,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한국정부가 그린피스 활동가들의 입국을 거부한 것을 환경운동가에 대한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2.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인 미셸 카투이라(40) 전 이주노조 위원장은 강제출국됐다.

미셸 전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오후 필리핀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지만 출입국사무소가 이를 금지했다. '입국규제자'라는 이유로 1일 오전 7시30분께 필리핀으로 강제출국시켰다.

미셸 전 위원장은 2006년 입국해 경기 부천 등에서 일하다 2009년 7월 이주노조 위원장에 당선됐다. 정부에 "한국에서 이주노조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지난해 2월 중순 미셸 전 위원장이 '위장취업을 했다'며 체류허가를 취소하고 출국명령을 내렸으나 법원은 미셸 전 위원장이 낸 출국명령 등 행정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미셸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주공동행동 관계자는 "미셸은 이달 초까지 자유롭게 입국할 수 있는 G-1을 가지고 있다"며 "출입국사무소가 합법적인 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자기 입맛대로 입국을 금지시켰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부가 외국인 활동가들을 상대로 과도하게 입국거부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출입국관리사무소와 법무부의 입국거부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에 따르면 ▲감염병환자, 마약류중독자, 그 밖에 공중위생상 위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사람 ▲총포·도검·화약류 등을 가지고 입국하려는 사람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는 사람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는 사람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출국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 에 대해 입국이 금지된다.

또 ▲사리 분별력이 없고 국내에서 체류활동을 보조할 사람이 없는 정신장애인, 국내체류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사람, 그 밖에 구호(救護)가 필요한 사람 ▲1910년 8월29일부터 1945년 8월15일까지 일본 정부의 지시를 받거나 그 정부와 연계해 인종, 민족, 종교, 국적,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사람을 학살·학대하는 일에 관여한 사람 ▲제1호부터 제7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사람으로서 법무부장관이 그 입국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사람 등도 해당된다.

그러나 이같은 출입국관리법의 입국금지 조건과 최근에 벌어진 입국거부 사례들과 비교해 보면 입국거부 사유가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18일 반핵아시아포럼의 사토 다이스케 사무국장이 입국을 거부당했다. 그도 그린피스 동아시아 소속 환경운동가 3명과 같은 이유('국익유해자')로 입국을 거부당했다. 같은달 26일에는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원전을 반대하는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원전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캠페인을 하는 시민운동가들이 국익을 저해하고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테러리스트라는 논리가 설득력이 없다는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법무부에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2일까지 외국인의 국적과 입국금지 사유를 포함하는 입국금지 내역을 정보공개 청구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마찬가지다.

6개월간 입국규제자로 분류돼 입국금지 당한 사례가 463건, 여권 위조 등의 위변조행사로 인한 입국금지가 2388건, 입국목적과 숙소 등이 불분명해 입국금지 당한 경우가 5188건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 기타 사유는 164건이었다.

기타 사유에는 지난 사증(VISA)무효 또는 입국규제자에는 속하지 않지만 입국심사에서 거부당한 사람들이 주로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출입국관리사무소와 법무부는 입국심사시에 비교적 두루 뭉실한 출입국관리법들을 근거로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외국인에 대해 입국금지와 강제추방 처분을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보공개센터는 전했다.

정보공개센터 관계자는 "지난 6개월간 기타로 분류된 164건 속에는 부당하게 입국금지와 강제추방을 당한 외국인이 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속의 한국, 다문화와 국격을 강조하는 현 정부지만 원전을 반대하거나 이주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노조활동가는 국익과 국민의 안전, 경제질서를 저해하는 위험한 외국인이라며 내쫓고 있다"고 비판했다.

mkba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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