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결혼이주여성 신원보증서 제출은 인권침해”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국가인권위원회는 결혼이주여성이 국내 체류연장 허가를 얻을 때 신원보증서를 제출하도록 한 출입국관리법시행규칙의 관련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표명할 것이라고 3일 밝혔다. 한국인 남편이 신원보증을 책임지게 하는 이 제도 때문에 결혼이주여성이 배우자에게 종속되고 가정폭력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결혼이주여성이 혼인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신원보증서는 헌법이 규정하는 개인의 존엄을 해치고,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의 성립과 가족생활의 유지라는 헌법적 가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는 결혼이주여성이 체류연장 허가를 받으려면 ‘혼인의 계속성’을 확인하기 위해 혼인사실이 등재된 가족관계기록에 관한 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및 국내 배우자의 신원보증서를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내도록 돼 있다.

인권위는 “이 제도는 위장결혼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국내 배우자에게 신원보증 책임을 부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신원보증제도 때문에 결혼이주민이 국내 배우자에 비해 열등한 관계에 처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부부의 평등권도 침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신원보증제도를 폐지해도 혼인사실이 등재된 가족관계기록 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이 있기 때문에 출입국 관리에 지장을 준다고 볼 수 없다”며 “오히려 제도 폐지를 통해 결혼이주여성이 가정폭력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현재 결혼이주여성이 가정폭력 등을 피해서 쉼터로 피신하면 한국인 배우자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배우자 신원보증을 철회하게 되고 이주여성은 불안정한 체류상태에 놓이게 된다”며 “결혼이주여성이 가정 내 인권침해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으려면 본인의 귀책사유가 없는 한 불안정한 체류신분에 대한 두려움이 해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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