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앞둔 이주노동자 입술 깨무는 이유는…?[아산]출국을 앞둔 외국인 노동자들이 연금을 떼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관계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다.

9일 국민연금관리공단과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 따르면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외국인 노동자들도 임금에서 4.5%, 회사가 4.5%씩 모두 9%의 금액을 국민연금공단에 납부토록 의무화돼 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의 상당수가 회사 측이 연금을 납부하지 않아 떼이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 아산시 선장면의 한 회사에서 일하던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 마이클(35) 씨는 귀국이 임박해 국민연금공단을 방문했으나 자신이 돌려받을 연금 145만원이 체납된 사실을 확인하고 망연자실했다. 마이클은 회사 측에 항의했지만 회사 측은 연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태국 국적의 썬차이(30) 씨도 10일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회사 측으로부터 139만원의 연금을 받지 못해 출국을 못하고 있다. 썬차이 씨는 한때 경영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회사 측이 어렵다는 이유로 9개월 동안 연금을 납부하지 않아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노동자인 태국의 삼릿(45) 씨도 180만원의 연금을 받지 못했고, 스리랑카의 자나가(30) 씨 역시 170여만원을 떼일 처지에 놓였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 고용 업체들의 상당수가 국민연금을 돌려주지 않는 것은 고용허가제에 따른 출국 기한이 임박해 있다는 점을 고의적으로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연금공단 측이 체납 사실을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알리고 있으나, 회사 측이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등 악의적인 고의 체납도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연금을 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지만 변호사 수임료를 지급할 비용이 없는데다 수개월의 소송 기간 때문에 소송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연금 체납 사업장을 감독해야 할 고용노동부와 국민연금공단 등 관계당국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연금 체불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조치가 미흡한 실정이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 고용 사업장의 연금 체납이 발생하면 현장 조사를 벌이는 등 회사의 연금 납부를 촉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인력 한계 때문에 적극적인 조치가 취해지기는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이재영 상담실장은 “연금이 장기간 체납되면 악의적인 고의 체납이며,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인 셈”이라며 “이제라도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연금공단 등 관계 당국이 나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부실한 연금실태를 조사하고 이주노동자들이 연금을 언제라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찬선 기자 chansun21@daejonilbo.com
 
인권·복지 사각지대 놓인 외국인 노동자[아산]<속보>=외국인 노동자들이 연금을 떼이는 사례가 빈번해 비난을 사고 있다는 본보의 지적<10일자 1면 보도>에 이어 이들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가 올 해 지역 외국인 노동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아산지역 이주노동자 실태조사’에서 외국인 노동자 3명 중 1명꼴로 컨테이너를 불법 개조한 창고나 공장 사무실 등 쪽방에서 기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주거는 휴식과 생활 보다는 ‘잠자리’에 불과해 심각한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면서도 개선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기숙사 사용료 명목으로 부적절하게 임금에서 떼이는 등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실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주택법 상 주택으로 인정되는 건축물이 아닌 컨테이너나 창고 등을 개조해 만든 건축물(회사 설비)에 기거하면서 월급에서 최대 20%까지 떼이고 있다는 것.

일부 외국인 노동자 고용 회사들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기숙사 사용료, 전기료, 수도료, 청소비 등 관리비를 부과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숙소에서 겪는 불편사항은 냉방(22%), 난방(14%), 화장실(13%), 샤워시설(12%), 동거 인원(9%), 식수(8%), 안전성(5%) 등을 들었다. 주택이 아닌 창고 등 비정상적인 생활 자체가 힘겹다는 방증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인권피해도 여전해 폭언과 욕설로 인한 모욕이 40%로 가장 많았고 외국인 차별 25%, 임금체불 15%, 성폭력과 희롱 13%, 폭행 4%, 사기 3%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연 1회 이상 정상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비율도 61%에 그쳤으며 월 2시간 안전교육도 54%는 전혀 받지 않았고 신분증과 통장 압류경험이 있는 이주노동자도 32%나 됐다.

특히 일부 외국인 고용회사들은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돼 있는 보험이나 연금을 납부하지 않는 등 사실상 임금을 착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외국인 고용 회사들은 퇴직금 성격으로 임금의 8.3%를 떼어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돼 있는 출국만기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등 임금 횡령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외국인 노동자들은 출국 직전 출국만기보험료를 지급 받지 못하고 떼이는 사례도 빈번하다는 것.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관계자는 “출국만기 보험료나 연금를 납부하지 않는 사업주의 임금 횡령에 대한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아쉽다”며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면서도 기숙사비를 떼이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주거 실태 개선에 관심도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주택법으로 인정되지 않는 컨테이너 등 회사 설비에서 기거하며 월세를 월급에서 공제하는 것은 비인도적인 행태”라며 “인간으로서의 주거권이 인정되지 않는 시설에 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본보는 출국을 앞둔 외국인노동자들이 회사측이 의무적으로 내야할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않아 떼이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찬선 기자 chansun21@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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