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가 당신 일자리를 뺏는다? 오해는 금물

[스탑 크랙다운] <8>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 그 편견에 맞선 대안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8-15 오전 10:06:35

'스탑 크랙다운'이라는 밴드가 있었다. 서울역 앞 가설 무대에서 '스탑, 스탑, 스탑, 크랙다운'(단속 추방 중단)을 경쾌한 펑크 사운드에 실어 외치던 이 밴드의 멤버들은 모두 이주노동자들이었다. 밴드의 보컬로 '단속 추방 중단'을 외치며 인기를 끌었던 미누(미노드목탄) 씨는 자신의 노랫말과 정반대로 지난 2009년, 네팔로 단속 추방 당했다.

88올림픽 이후 '코리안 드림'을 꿈꾸던 각국의 노동자들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이주노동자 역사는 얼추 25년이 됐다고들 한다. 그러나 착각이다. 한국인들의 형, 누나, 부모는 과거에 이주노동자였다. 중국으로, 독일로, 일본으로, 미국으로 일거리를 찾아다니던 한국인들의 역사까지 합하면 한국의 이주노동 역사는 100년을 훌쩍 넘긴다.

그러나 2013년, 한국 내 이주노동자 현실은 처참하다. 2007년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참사로 이주노동자 10명이 사망하면서 사회적 관심을 끌었지만, 그뿐이었다. 노동 환경은 통제돼 있고, 이를 악용한 '인종·인권 차별'은 전국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언론에 잘 등장하지 않을 뿐이다.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오히려 '강제 추방'을 실적화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미누'들이 말 못할 통제 속에서 인권 침해에 시달리다 해외로 추방되고 있다.

1993년 산업연수생 제도를 도입한 이후 편법 활용과 인권 침해 문제 등이 야기되면서 고용 허가제가 이를 대체했다. 고용 허가제가 시행된 지, 오는 8월 17일이면 9년이 된다. 연수생 신분으로 각종 불이익을 감내하던 이주노동자들의 신분은 다소 개선됐다는 평이 있긴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파리 목숨이다. 회사를 마음대로 옮길 수도 없고, 회사에서 잘리면 불법 체류자로 전락한다. 심지어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하더라도 회사 상황에 따라 불법 체류자로 전락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현행 고용 허가제의 문제는 무엇이고, 대안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과 <프레시안>은 고용 허가제 시행 9년을 되짚는 기획을 마련했다. 공동행동은 민주노총, 서울경인이주노조, 한국이주인권센터, 사회진보연대, 다함께, 전국학생행진,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민변 노동위원회, 인권단체연석회의, 아시아의창, 아시아의친구들, 지구인의정류장 등 30여 개 이주, 노동, 사회 단체들이 함께하는 연대체다.

이번 글을 끝으로 총 8편의 연재가 막을 내린다. 이주노동자들은 오는 18일 일요일 오후 3시, 고용 허가제 시행 9년을 맞아 고용 허가제 폐지 등을 촉구하는 '2013 이주노동자 투쟁의 날' 집회를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연다. <편집자>

고용 허가제 9년
'일회용 인간'에게 강제 노동시키는 한국…언제까지?
이주노동자의 한탄 "노예시장에서 노예 고르듯…"
사장은 "야!개X끼"라 부르고, 맞아도 직장 못 바꾸고
두 캄보디아 여성은 왜 농장에서 도망쳤나
"미국·유럽인은 좋은 사람, 아시아인은 무서운 사람?"
'그물총' 애용한 노무현 정부, 11만 명 쫓아낸 MB 정부
난민 신청도 서러운데, 밥벌이도 하면 안 된다?

예전보다 이주노동자를 주변에서 볼 기회가 많아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주노동자를 예전보다 더 배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것은 혐오감이기도 하고 두려움이기도 하다. 한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하면서도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 그것은 잘못된 정보와 근거 없는 소문이 만들어 낸 편견이라는 것을 지금부터 이야기하려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하려 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정말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가?

현재 약 70만 명의 이주노동자가 우리나라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이주노동자가 우리나라에서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사람들은 이주노동자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의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이주노동자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오해다. 이주노동자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은 것은 아니다. 단지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이 일하지 않는 직장, 한국인이 일하기를 꺼리는 직장에서 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이주노동자들이 제일 많이 일하는 업종이 바로 농업과 축산업이다. 농촌에서 채소나 과일을 재배하거나 양계장에서 계란을 생산하고 목장에서 소, 돼지를 기르는 일을 많이 하는 것이다. 이렇게 농업과 축산업 분야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일을 많이 하는 이유는 이 일을 할 한국인이 없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농촌을 떠나 도시로 나가기 때문에 농촌에는 젊은 사람이 없다. 젊은 사람이 없다는 것은 결국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일을 해야 하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 보니 정부는 일부러 외국에서 이주노동자를 들여와서 일손이 부족한 곳에 이주노동자를 보내주고 있다.

농업과 축산업뿐만 아니라 화학물질을 다루는 회사처럼 작업장 환경이 위험하거나 육체노동을 많이 하는 회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위험하고 일하기 힘든데 임금은 적은 일터, 이런 곳에는 한국인이 가지 않으니 정부에서는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주노동자를 들여와서 이렇게 열악한 일터에 보내는 것이다. 결국 이주노동자는 위험하고 일하기 힘들지만 임금은 적은 일터, 그래서 한국인은 일하기 싫어하는 일터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 고용 허가제가 시행된 지, 오는 8월 17일이면 9년이 된다. 연수생 신분으로 각종 불이익을 감내하던 이주노동자들의 신분은 다소 개선됐다는 평이 있긴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파리 목숨이다. 회사를 마음대로 옮길 수도 없고, 회사에서 잘리면 불법 체류자로 전락한다. 심지어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하더라도 회사 상황에 따라 불법 체류자로 전락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

마음대로 그만둘 수도 없게 하는 고용 허가제

한국인은 일하기 힘들면 일을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옮길 수 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이주노동자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서 국내에 들어온다. 즉 일손이 부족한 곳에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이주노동자를 들여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이주노동 정책은 노동자가 아니라 노동력 부족에 허덕이는 사용자를 위한 제도다. 사용자가 일손이 부족할 때 헐값으로 사람을 부릴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그런데 일이 힘들고 위험한 사업장에서는 그 누구라도 일하기 싫어하기 마련이다. 이주노동자도 사람인 이상 이왕이면 안전하고 쾌적한 일터에서 일하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주노동자에 관한 법률인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은 이러한 사용자를 위해서 한 번 고용된 이주노동자가 쉽게 회사를 그만둘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쉽게 이야기하면 사용자가 오랫동안 이주노동자를 부릴 수 있도록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주노동자가 회사를 그만두기 위해서는 휴업, 폐업 등 법률에서 정한 엄격한 사유에 해당되어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도 정부에서 만든 고용센터의 허가를 받아야만 일을 그만둘 수 있다. 화장실이 없어서 밭에서 일을 봐야 하는 이주노동자가 일을 그만두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터를 바꿀 수 있는 횟수에도 제한이 있다. 이주노동자는 대한민국에 머무르는 동안 원칙적으로 3번만 회사를 옮길 수 있다. 일을 그만두고 나서 3개월 내에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 못해도 이주노동자는 추방을 당한다. 새로운 직장을 구했다고 하더라도 3개월 안에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근무처 변경 허가를 받지 못하면 추방을 당한다. 직장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다. 이주노동자는 고용센터에서 지정해준 곳에서만 일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직장을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 보니 이주노동자는 지금 일하는 회사가 마음에 안 들어도 어쩔 수 없이 참고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주노동자는 일을 하기 싫어도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이주노동자가 무단이탈을 하면 사업주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이를 신고해야 하는데, 단지 일을 하지 않고 기숙사에 있어도 무단이탈로 간주되기 때문에 무조건 일을 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의 노동 조건 향상이 필요한 이유

이주노동자도 사람이고 노동자인 이상 인권을 가진다. 세계인권선언,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 협약,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등에서는 이주노동자도 보편적 인권을 누린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도 사람이고 위험하거나 근로 조건이 좋지 않은 환경에서 일을 하기 싫은 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인데, 국민과 국민이 아닌 자로 나눠서 달리 대우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은가. 특히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이주노동자의 수가 급증하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더 이상 이주노동자를 배척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더 나아가 곰곰이 생각해 보자. 사용자는 왜 이주노동자를 원하는 것일까. 내국인 노동자보다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게 비용을 절감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역으로 비용을 적게 들여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면 되기 때문에 내국인 노동자를 고용해야 할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이주노동자와 경쟁하기 어려운 내국인 노동자의 임금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위험한 노동 환경을 방치해도 일할 사람이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보다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을 선택한다.

그 결과 내국인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업장도 줄어들게 된다. 만약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면 어떻게 될까. 이주노동자가 노동자로서 권리를 주장하고 건강하고 쾌적한 일터를 요구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사용자는 분명 이주노동자 대신 내국인 노동자를 택할 것이다. 덩달아 내국인 노동자의 임금도 자연스럽게 오르고 노동 조건도 개선될 것이다. 이주노동자와 연대하고 이주노동자의 노동 조건 향상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인가?

첫째, 현행 고용 허가제의 핵심이 사업장 이동 제한에 있고, 사업장 이동 제한이 이주노동자 인권 침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고용 허가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핵심 과제다.

이에 대해 사업장 이동의 제한을 주장하는 입장은 이주노동자를 내국인 노동자 기피 직종에 고용하도록 하여 국내 노동자의 취업 기회 잠식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특히 한국인 비정규 노동자를 비롯한 차상위 계층이 경제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언급한다.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인정하면 이주노동자의 노동자로서 권리는 지금보다 대폭 신장될 것이 확실하지만, 한국인 노동자의 고용 기회 잠식과 임금·근로 조건 저하는 명백하게 예측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차 강조하건대,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내국인 일자리 보장은 관련이 없다. 사업장 이동을 자유롭게 하더라도 내국인 기피 업종으로 일자리를 제한할 경우 내국인 일자리는 침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도 고용 허가제 법은 내국인 고용 의무를 다한 업체에 한해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내국인의 일자리가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 또한 고용 허가제는 대상 업종과 사업장 규모를 제한함으로써 내국인 기피 사업장에만 이주노동자들이 고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운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현재도 특례고용허가제의 적용을 받는 동포들은 자유롭게 사업장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전문취업(E-9) 체류 자격을 가진 이주노동자에 한하여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를 가져올 수 없다. 사실 내국인 일자리 보장을 이유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의 감춰진 목적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제한함으로써)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용주의 이익 보장에 있다. 이러한 목적이 이주노동자의 인권 침해를 정당화하고 이주노동자에게 강제 노동을 종용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

둘째, 사업장 이동만큼 중요한 것은 사업장 선택이다. 근로 계약은 정보 제공 및 제공 받은 정보를 토대로 한 자유로운 선택을 기본으로 한다. 사업장 선택이 자유롭지 않다면 사업장 이동의 자유는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입국 전에 근로 조건을 결정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는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상황을 이용하여 사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려는 취지가 크다. 그 결과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이 크게 침해되고 있다. 따라서 고용 허가제 특례 규정을 전체 이주노동자에게도 확대하여 입국 전에 체류 자격을 부여 받은 이주노동자가 입국 후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이주노동자가 노동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이주노동자를 권리와 이익의 주체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영주 자격을 취득하지 않은 모든 외국인이 체류 기간에 일정한 제한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들 중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자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영주자격(F-5)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출입국관리법은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영주 자격을 받을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출입국관리법은 이주노동자에게 가족 동반 체류 자격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출입국관리법의 규정은 단기 순환을 원칙으로 하는 고용 허가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장기 체류를 금지하는 입장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장기 체류로 인한 사회 통합의 부담 증가를 언급한다.

이주노동자 인권을 보장하면 내국인 근로 조건도 개선된다

이주노동자들은 오는 18일, 고용 허가제 시행 9년을 맞아 고용 허가제 폐지 등을 촉구하는 '2013 이주노동자 투쟁의 날' 집회를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연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
그러나 외국인 중에서 특별히 이주노동자만 사회 통합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 오히려 현재 상황에서 이주노동자의 장기 체류를 원하는 사람 가운데에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용자도 있다. 또한 이주노동자는 단순 노무 인력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사실 숙련 노동과 단순 노동을 구분하기란 쉽지가 않다. 장기 체류 여부는 체류 자격을 불문하고 개별 외국인의 한국 사회에서 자립 가능성, 사회적 융화 가능성 등을 가지고 따질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이주노동자만 특별히 장기 체류를 제한할 이유가 없다.

물론 이주노동자의 장기 체류를 허용하기 위해 특별노동허가제를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는 외국인 중에서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특별한 혜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영주 자격 제도와 귀화 제도 안에 이주노동자를 포섭할 필요가 있다. 즉 이주노동자도 영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영주 자격 전치주의 그 자체를 배격하기보다는 영주 자격 취득 요건에 이주노동자를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장기 체류와 관련해서는 가족 동반이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가족 동반이 허용되지 않는 장기 체류는 이주노동자 개인의 삶을 파탄시키는 효과를 가져 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동반(F-3) 체류 자격의 발급 요건에 이주노동자의 가족도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6년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이주노동자가 자국의 노동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이주노동자 유입이 실업률에 영향을 주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영향력이 소멸한다고 한다. 이러한 실증적인 분석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가 자국의 노동 시장에 영향을 준다고 보는 것은 일반적으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종적인 편견, 범죄 등 사회적 비용 증가 우려, 일자리 잠식 우려 등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고 이에 따른 정치적인 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용 허가제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로는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에 인력 제공의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지만, 정부는 내국인의 일자리와 이주노동자의 일자리가 충돌하고 이주노동자로 인해 내국인의 일자리가 제한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함으로써 이주노동자를 탄압하는 기제로 고용 허가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제한하고 이주노동자를 탄압한다고 해서 내국인의 일자리가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인력 공급 제도로서 정부가 고용 허가제를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내국인의 일자리 보호와 근로 조건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이주노동자의 고용에 따른 비용 증가는 내국인에 대한 선호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강제적인 방식으로 노동 공급·수요의 불균형을 없애기보다는 사업장 선택과 이동의 자유와 체류 여부에 대한 자유로운 결정을 보장하는 것이 고용 허가제, 더 나아가 이주 정책과 노동 정책에 도움이 될 것이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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