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노동권 없는 '고용허가제' 10년

"사업장 변경권도 없는 노예같은 제도, 고용허가제 폐지"

“한국에 온 지 2년, 회사에서 일하다 다쳤어요. 그런데 사장님은 병원비, 월급도 안 주고 그냥 나가라고 했어요. 쫓겨나서 울산 공장으로 갔어요. 일이 힘들어 공장을 바꾸고 싶은데, 3번 바꿨기 때문에 지금 나가면 불법 돼요. 불법 되기 싫어 참으면서 다니고 있어요” (네팔 이주노동자 던 씨)

“회사에서 돈을 안 줘서 그만두고 나가려 해도 월급, 퇴직금을 안 줘요. 내 돈이지만 못 받아요. ID카드, 여권도 다 사장이 가지고 있어요. 나는 어디 가더라도 내 신분을 확인시킬 수가 없어요” (파키스탄 이주노동자 후세인 씨)

“우리는 회사를 바꾸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지 몰라요. 우리는 노예가 아니에요. 동물이 아니에요” (네팔 이주노동자 잭 씨)



고용허가제 시행 10년의 풍경이다. 정부는 2004년 8월 17일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서 △노동자로서 인정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 △노동관계법 적용 △미등록체류자 감소 △3D업종에 대한 원활한 노동력 공급 △송출비리 감소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고용허가제의 실상은, 사업장 이동의 제한으로 드러났다. 사업주의 심각한 임금체불이나 폭행을 이주노동자가 입증하지 않는 이상 사업장을 옮길 수도, 그만둘 수 도 없었다. 그만두면 비자를 잃고,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다.

고용허가제 시행 10년을 맞아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는 17일 오후 3시 대구 228공원에서 고용허가제 폐지를 요구하는 대구경북이주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100여 명의 이주노동자는 “우리는 동물이 아니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강제단속 중단”, “노동비자 쟁취”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고용허가제 폐지 요구와 더불어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출국후 퇴직금 수령제도’ 폐지를 요구했다.

고용허가제는 지난 10년 동안 이주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제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ILO(국제노동기구)는 2010년 “등록노동자든 미등록노동자든 모든 이주노동자가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권고를 통해 한국 정부의 이주노조 탄압 문제를 지적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2012년 ‘이주 인권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사업장 변경 사유 확대 등을 권고했지만, 현실에서 실행 여부는 요원하다.

이주노동자 노동권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최근 7월 개정된 법률에 따라 이주노동자는 퇴직금 형태인 '출국만기보험금'을 한국을 떠나야만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는 이주노동자도 근로기준법이 명시한 ‘퇴직 후 14일’내 받던 퇴직금도 한국을 떠나야만 받을 수 있다.

임복남 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고용허가제 10년 동안 이주노동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노동권도 없이 노예처럼 일하고 있다.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의 노동권이 보장될 때 한국인 노동자의 노동 조건도 좋아진다”며 “고용허가제 폐지와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2003년 8월 국회를 통과한 고용허가제는 20014년 8월 17일부터 시행됐다. 1994년부터 실시된 산업연수생 제도가 수많은 인권침해 문제를 일으키자 정부가 이를 대체하기 위해 정부 간 협약을 바탕으로 이주노동자가 본국 정부를 통해 한국 사업장에 고용되어 들어오는 제도이다. 한국어 시험을 통과한 후 구직 리스트에 오르면, 한국의 사업주가 선택해 계약서에 서명하면 한국으로 온다. 3년간 일할 수 있고, 사업주가 재고용을 해주면 1년 10개월을 더 일할 수 있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