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10년… “병에 걸려 죽은 돼지 나오면 이주노동자에 먹으라는 농장”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지난해 1월 한국에 와 돼지농장에서 일한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 소팟은 1년에 쉰 날은 이틀뿐이고, 농장주는 일이 많은 날이면 잠든 노동자들을 깨워 밤새 일을 시켰다고 했다. 근로계약서엔 저녁 7시까지 일하도록 돼 있었지만 밤 9시를 넘기기도 일쑤였다. 소팟은 “농장에서 준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인 110만~130만원이고, 밀리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였다”며 “병에 걸려 죽은 돼지가 나오면 이주노동자들에게 먹게 해 억지로 먹어야 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의 건설노동자인 비에는 “일하다가 손을 다쳤는데 회사에서 산재 신청을 안 해줘 아무런 보상도 못 받았다”며 “지금도 손에 상처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17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열린 ‘고용허가제 10년을 말한다’ 행사에서는 한국에서 차별에 시달려온 이주노동자들의 눈물 어린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2004년부터 실시된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는 고용노동부와 노동자를 보내는 나라의 담당 기관이 함께 노동자의 송출부터 입국, 사후 관리를 책임지는 제도다.

그러나 64개 이주노동자 관련 인권단체들이 모인 한국이주인권센터는 “고용허가제 실시 후에도 일상적인 차별에 시달리며 근로조건도 열악해지고 있다”며 사업장 이동 제한을 가장 큰 독소조항으로 꼽았다. 사업장 이동 횟수가 3회로 제한되고, 구직할 수 있는 업종도 정해져 있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사업장을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5년 이상의 기본적인 체류기간을 보장하고 차별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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