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지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좋아지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거꾸로 후퇴하고 있습니다. 사업주와 정부의 입맛에 맞게 개정을 거듭하고 이주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고용허가제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의 동의를 구하면 최초 3년간 총 3번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업장을 변경하는 노동자에게는 고용센터를 통해서 일을 필요로 하는 사업체의 명단이 제공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2012년 8월1일부터 고용노동부는 사업장 변경지침을 만들어 이주노동자들에게는 구인업체 명단을 주지 않고 거꾸로 사업주에게 이주노동자들의 명단을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즉,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를 선택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만약에 사업장을 변경하려는 이주노동자가 정해진 기간 안에 사업주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렇게 바꾼 이유는 이주노동자들이 자주 사업장을 변경해서 중소업체들의 인력난이 심화되고 생산성이 낮아져서라는 겁니다. 이 지침이 시행된 이후로 이주노동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있었던 사업장 선택의 권리가 박탈되고 스스로 구직활동도 못 하게 만들었습니다.
두번째 예를 보겠습니다. 이주노동자 고용 기간은 최대 4년10개월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3년 지나고 1년10개월을 더 연장하는 것은 사업주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사업주가 원하지 않으면 재고용되지 않습니다. 1년10개월을 연장하기 위해서라도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에게 불만을 표시하면 안 됩니다. 심지어 4년10개월을 오직 한 사업장에서만 일한 이주노동자는 사업주가 원하면 3개월간 출국 이후 다시 4년10개월을 더 고용할 수 있게 하는 성실근로자 재입국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장을 변경한 노동자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고용허가제 안에서 한편으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고도 말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 사업장을 변경하면 재고용될 기회를 안 준다고 합니다.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고 있습니다. 최대 9년8개월까지 한국에 재고용된 이주노동자들 역시도 차별을 받습니다.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5년 이상 체류하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중간에 3개월 출국을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에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없습니다. 명백한 차별입니다
.
세번째 예를 보겠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도에서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어업 등에 들어옵니다. 이 4가지 업종 중에 제조업을 통해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들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업종에 있는 노동자들은 다른 업종으로 변경할 수 없습니다. 농축산, 어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예외 조항 때문에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근로 시간도 제대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가장 최근 사례입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이주노동자들도 당연히 퇴직금을 받습니다. 퇴직금은 회사에서 퇴직 후 14일 안에 줘야 한다고 근로기준법 36조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10년 전부터 이주노동자들은 퇴직금을 이렇게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 국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의 퇴직금에 대한 개정법이 통과되었고 7월29일 시행되었습니다. 이젠 퇴직금을 받으려면 반드시 출국해야 합니다. 그리고 출국 뒤 14일 안에 퇴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명백한 차별입니다. 7월29일 이전에도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많았습니다. 출국 뒤 퇴직금을 못 받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이주노동자들의 불만이 큽니다. 고용노동부는 불법체류자가 많이 늘어나서 이를 막기 위해 퇴직금을 출국 뒤에 줘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이 불법 체류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강제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에서 이탈하고 불법 체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