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농민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모습입니다.
이들 중 외국인은 몇 명일까요?
정답은 11명이고, 모두 캄보디아 사람들입니다.
이젠,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사를 짓기 어려울 정도인데요.
10년 전 33명에 불과했던 농촌 외국인 근로자는 2만 4천여 명까지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처우는 몹시 열악합니다.
폭행을 당하고, 밥을 제때 못 먹는 경우도 있어 '현대판 농노'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홍성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남의 한 배추밭,
외국인 근로자가 마구 폭행을 당하고 있습니다.
작업 도중 앉아있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 여성 외국인 근로자는 술에 취한 농장 주인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농촌에서는 사업주가 다른 사업주의 요청을 받고 자신의 외국인 근로자를 빌려주는 이른바 '불법 파견'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화물차가 외국인 근로자를 싣고 어딘가로 향합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근로계약을 맺지도 않은 다른 농장의 작업장으로 팔려가듯 넘겨지는 것입니다.
<녹취> 외국인 근로자 : "우리 사장님 아니에요? 우리 사장님 아니에요? 우리 사장님?"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고용주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 경우가 각각 75, 15%에 달했고, 심지어 성폭력을 경험한 여성도 30%나 됐습니다.
이런 횡포에도 이들이 저항할 수 없는 건, 고용주의 동의 없이는 다른 사업장으로 옮길 수 없는 현행 제도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종만(지구인의 정류장 사무국장) : "사업주의 동의 없이는 직장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항의하기 어렵고 설사 (문제를) 신고하더라도 스스로가 입증 책임을 져야만 합니다."
관리감독을 책임진 지역 노동센터들만으로 전국 6만 4천여 개 사업장을 모두 감독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국가인권위는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을 더 자유롭게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권고했지만 정부는 검토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