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의 나라’ 스웨덴서 난민 캠프 연쇄 방화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스웨덴은 유럽에서도 개방과 관용의 정신이 뿌리내린 나라로 이름 높다. 우수한 교육·복지 시스템은 물론이고, 장애인과 이민자 등 소수자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정책으로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 시리아 내전 초기에는 스웨덴에 오는 시리아인들을 모두 받아들이겠다며 난민을 적극 끌어안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나라에서조차 난민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르면서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20일 남부 뭉케달에서 난민 14명이 머무는 임시 거처가 방화범의 공격으로 불탔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일주일 새 네번째 난민 거처가 공격을 받은 것이라고 스웨덴 TT통신은 전했다. 지난주에는 난민 신청자 임시보호소로 쓰이는 학교 두 곳에 누군가가 불을 질렀고, 스톡홀름역에서는 열차를 타고 도착하는 난민들에게 “집에 가라”고 외치는 집회가 벌어졌다.

정부는 연쇄 방화를 즉각 규탄했다. 스테판 뢰펜 총리는 “살기 위해 도망쳐 온 사람들이 스웨덴을 안전한 곳으로 여길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가 아는, 내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스웨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르고트 발스트룀 외교장관은 트위터에 “문명국가인 스웨덴에서 난민 주거시설이 방화범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적었다.

난민들을 표적으로 삼은 과격 행동이 잇따르면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가 고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총선에서 8년 만에 중도좌파 진영이 우파로부터 정권을 탈환했으나, 극우 스웨덴민주당(SD)도 13%나 득표해 제3당이 됐다. 특히 올 9월까지 전년보다 두 배 많은 10만여명의 난민이 유입되자, 정부의 포용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인구 950만명인 스웨덴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인구당 난민 비율이 가장 높다.

스웨덴은 1960년대 베트남 전쟁 당시 징병 반대자들을 받아들인 데서 시작해, 걸프전과 이라크 전쟁 등 큰 분쟁이나 전쟁이 있을 때마다 난민들의 피신처 역할을 자처했다. 로이터통신은 그러나 최근 뢰펜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회민주당 일각에서조차 이민 규제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난민을 지원하기 위해 해외원조 예산을 일부 쓰기로 했다. 또 겨울을 앞두고 임시주거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남부 룬트 외곽에 주거용 천막을 설치하는 한편, 기업과 주민들에게도 거처를 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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