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11일 새벽, 여수 출입국관리소의 외국인 보호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참사로 인해 외국인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했다. 

교도소가 아닌 보호소에 강제로 '보호' 당하고 있던 외국인 노동자들의 죽음으로 인해 한국 사회의 이주민에 대한 저급한 인식이 세상에 알려졌다. 9년 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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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출입국관리소 앞에 선 참가자들




화재 참사 이후 여수 출입국관리소는 외국인 보호실을 수리해 재개하면서 예전에 없던 야외 운동장과 스프링쿨러를 설치하는 등 시설 환경을 개선하였다. 또한 보호 외국인의 심리 안정을 도모하고자 한국어 교육, 국악, 요가 등 정기적인 동감 프로그램도 실시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강제로 '보호' 당하고 있다. 하루 2~30분의 짧은 운동시간 외에는 종일 철창의 좁은 보호실에 갇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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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대신 비닐로 코팅한 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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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발언 - 조돈희 울산이주민센터 소장, 김그루 이주민과함께 상담실장, 김경미 김해이주민인권센터 사무국장



"지난 1월 1일 27세의 이주노동자가 뇌출혈로 쓰러져서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정도면 한국에서도 가세가 기울 것인데, 의료보험도 없는 이주노동자는 어떨까. 돈 벌러 왔다가 결국 고향집 돈 까지 다 끌어 쓰고 있다. 회복이라도 되면 다행인데 그럴 기미가 없다. 뇌출혈로 쓰러진 27세의 노동자는 아마 고향인 중국으로 이송될 것이다. 비행기삯의 6~7배를 더 내고 누워서 의식도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의료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치료받을 권리는 이주노동자에게 인권이고 노동권이다." 조돈희 울산 이주민센터 소장



"얼마 전 부산 출입국사무소가 베트남 선원들 단속한 일이 있다. 그 선원은 부산에서 1년 정도 일했는데 조업을 나가면 하루 2~3시간, 많게는 5~6시간을 자면서 일을 했다. 체력이 딸려 일을 못하겠다고 선주에게 수 차례 호소했고 선주는 하선을 약속하며 업체이전을 해 주겠노라 했다. 이 베트남 선원의 신분증과 통장은 선주가 압수한 상태였고 임금도 체불되어 있었다. 그러나 선주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하선한 다음날 출입국사무소에 이탈신고를 했으며 약 한 달뒤 '신분증을 줄테니 사무실로 오라'는 선주의 전갈을 받고 사무실로 간 베트남 선원은 출동한 출입국사무소 직원 다섯명에 의해 구금되었다. 선주는 노동법과 선원법, 출입국관리법 등을 위반했지만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다." 김그루 이주민과 함께 상담실장



"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여수와 같은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 온 지 1년도 안 된 인도 노동자는 근무 중 손을 다쳤는데 산재신청이 불허되었다. 이 노동자는 '기술연수생'으로 우리나라에 왔다. 주야 맞교대로 하루 12시간씩 일했지만 기술을 연수해 준다는 명목으로 급여는 없고 생계비로 월 15만원이 책정되어 있다. 산재는 불허되었고 치료비는 없다. 게다가 사업주로부터 강제출국을 강요받고 있다. 9년이 지났지만 여수참사는 우리 주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김경미 김해 이주민인권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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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는 시민들과 민원센터를 찾은 이주노동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외국인들의 본국 송환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임금체불 때문이다. 갑작스런 단속으로 인해 붙잡힌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회사에서 받아야 할 미지급 임금이 있는 경우가 많다. 2011년 7월 조사에 따르면 화성과 청주, 여수의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외국인들 중 많게는 42%까지 체불임금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보호를 빙자한 구금은 성인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한국정부는 18세 이하의 이주 아동들도 체류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외국인보호소에 가두고 있다. 2013년 대한변협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화성과 청주, 여수의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었던 이주 아동은 총 80명이었고 그 중에는 1세, 4세의 아주 어린 아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 땅에서 내어나고 자란 것이 죄가 되고 불법이 되는 현실에 아이들이 놓여 있다는 것은 참으로 끔찍하고도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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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곡(코리안 드림, 세상을 향해)을 불러 준 박령순 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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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화와 묵념




"이태복, 양보가, 손관충, 장지궈, 황해파, 리샤오춘, 김성남, 에르킨, 진선희, 김광석"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9주기 추모집회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아 돌아가신 분들의 이름을 한 분, 한 분 소리쳐 부르고 헌화와 묵념을 끝으로 마쳤다.


9년만에 처음으로 포근한 날씨와 맑은 햇살 아래서 치룬 추모집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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