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이주노동자, 불법고용 '악명' 태국 수산업계서 '반란'

국제사회 수입금지 압박 속 이례적 거액 보상금 받아내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민 노동자 불법 고용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온 태국에서 저임금과 강제 노역에 시달리던 미얀마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파업을 통해 거액의 보상금을 타내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2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의 참치 가공업체인 '골든 프라이즈 튜나 캐닝'은 최근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미얀마 노동자 1천여명에게 4천800만바트(약 17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태국의 수산업계는 인근 미얀마나 캄보디아 등에서 유입된 이주 노동자들을 헐값에 선상 조업이나 수산물 가공에 주로 고용한다.

인신매매 등 불법적인 경로로 태국에 끌려와 저임금과 강제 노력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산물 수출 규모 세계 3위의 수산 강국 태국의 이런 어두운 이면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더욱이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파업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이번에 보상을 받은 미얀마 노동자들도 법적 최저임금을 밑도는 저임금과 감독자들의 학대에 시달려 왔으며,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게 인권 단체들의 주장이다.

이들이 극히 이례적으로 회사 측의 보상을 받아낸 것은 최근 이어지는 국제사회의 압박의 영향이 크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태국 정부가 불법 어로, 선상 강제 노역 등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면서 새우, 생선 등 태국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U는 또 최근 태국에 조사단을 보내 실태를 점검하고 조만간 수입 금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미국의 조치는 더 강력했다. 미국 노동부는 최근 태국산 생선과 새우가 강제 노역의 산물이라며 수입 금지 목록에 추가했다.

이런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연간 360억 바트(약 1조2천억원)에 달하는 수산물 수출길이 막힐 것을 우려한 태국 정부는 해군과 경찰, 수산 및 노동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이를 통해 태국 정부는 지난해 미등록 어선 8천여 척을 적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수산업계를 대상으로 한 실태 점검을 통해 총 7만여 명의 미등록 이주 노동자를 확인했다. 태국 정부는 이들을 외국인 노동자로 정식 등록하고 2년간 자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골든 프라이즈 튜나 캐닝의 이주 노동자들을 도와온 영국인 노동운동가 앤디 홀은 "이주 노동자들이 이렇게 큰 금액의 보상금을 받아낸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수입 금지 조치가 태국 정부를 움직였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AP=연합뉴스 자료사진>>태국 사뭇사콘주의 어시장에서 냉동 생선을 나르는 이주 노동자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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