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언 "불법체류자 줄이려면 임금 체불부터 해결을"

입력시간 | 2016.05.10 06:30 | 이승현 기자 leesh@

[이데일리 이승현 유현욱 전상희 기자] 매년 불법체류자 5000명 감축 및 불법체류율 10% 미만 달성. 정부가 최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8회 외국인정책위원회’에서 오는 2018년까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겠다며 밝힌 목표다. 

정부는 수도권·영남권 광역단속팀을 가동해 경찰청 등 유관 기관과 함께 연간 20주 정부합동단속을 실시하고 불법 입국·취업 알선 브로커 기획조사도 병행한다. 9월까지 불법체류자가 자진출국하면 그간의 체류기간과 전혀 상관없이 향후 재입국금지 조치를 면제해줘 자진출국을 최대한 유도키로 했다. 

2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불법체류자 수가 좀체 줄지 않자 특단의 조치를 꺼내든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강경 일변도 정책은 불법체류를 음성화하고 현황 파악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고용허가제 등 현재 외국 인력 도입 제도의 운영상 문제점을 개선하고 임금 체불 업주 처벌 강화 등의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영섭 이주공동행동 집행위원은 “불법체류자를 줄이려면 고용허가제 등 외국 인력 도입 제도부터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도입 12주년을 맞은 고용허가제는 제조업과 농·축산·어업, 건설업 등 내국인 기피 업종의 고용주가 요청하면 정부가 심사해 일정 인원의 외국 인력을 공급하는 제도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지난해 보다 3000명 늘어난 총 5만 8000명을 도입한다. 

문제는 현 고용허가제의 단기순환체제(최대 4년 10개월)·사업장 변경 시 기존 고용주 허가 등 과도한 규제가 불법체류자 양산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 조항들을 위반해도 예외없이 곧바로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탓에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원경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 팀장은 “업주들은 체불 임금의 10%만 벌금으로 내면 되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상습 체불 문제가 발생한다”며 “체류 기한이 제한돼 있고 언어 등의 문제로 법적 처리를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러나 무작정 규제를 완화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허가제는 국내 사업장에서 (외국인의) 고용을 허가하는 것이지 자유로운 노동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어서 원칙적으로 고용 기간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제도가 너무 경직적으로 운영되는지 검토할 필요는 있지만 외국 인력은 국내 노동이 부족한 분야를 중심으로 내국인 보조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가 큰 문제인데 한국은 외국 노동력을 계속 수입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강제 추방 위주의 방식으로는 궁지에 몰린 외국인 노동자들의 반발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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