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외국인 결핵관리 지침이 자칫 외국인 결핵환자를 의료 사각지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월부터 치료 거부 또는 중단 결핵환자일 경우 강제출국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이같은 조치가 국내 외국인들의 비협조를 초래, 오히려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국인 결핵환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될 경우 취업활동에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 환자들의 건강권을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 이애란 수석팀장은 지난 15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개최된 ‘외국인 결핵관리 지침 강화에 따른 쟁점토론회’에서 “현재 보건소에서는 예산문제로 체류자로 등록돼 있지 않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결핵검진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건강관리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팀장은 “지난 2월 시행된 외국인 결핵관리 지침은 질병관리와 체류관리를 연동하는 정책으로서 현 정책은 치료불순응자 및 미등록자 강제퇴거로 인해 국내 외국인들의 협조가 부진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외국인 결핵관리는 본래 목적대로 ‘결핵관리’에 충실한 방향으로 설정되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또 정부가 환자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노출로 인한 취업활동의 불이익과 건강권 침해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이에 대한 개선을 주문했다.
이 팀장은 “개인정보 보호를 기본으로 실질적인 건강권보호를 담보하는 권리방안이 필요하며, 민간과의 효율적인 치료협력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자유로운 국경이동이 확대되는 현 시점에서 감염병 환자를 국경 밖으로 내모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사람 중심의 질병관리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이승철 사무관은 “현 결핵관련 지침의 기본방향은 결핵고위험 국가 국민이 장기 사증을 신청하는 경우 결핵검사를 의무화하고, 결핵 발병사실이 확인된 외국인은 중점관리대상자로 등록하여 관리하는 것”이라며 “치료 거부 또는 중단 외국인 환자는 원칙적으로 출국조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외국인 결핵 환자 신고는 2009년 637명에서 2014년 1,858명으로 2.9배, 전체 국내 결핵신고환자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분율도 같은 기간 동안 3.3배 증가했다.
이 사무관은 “국내 외국인 결핵환자가 증가한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결핵의 일차 치료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다제내성결핵 환자 유입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의학기술로도 치료성공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위험한 감영병인 다제내성결핵 환자들의 대부분이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 발생한다”며 “이는 외국인 결핵관리 정책에서 중요한 방향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외국인 환자관리에 대해 별도의 예산책정이 되어있지 않은 이유는 정책적으로 내국인 환자에 준해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전파력이 강한 질병 초기에 강제로 격리를 시키는 것은 국내 환자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