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에 할머니 구했는데… ‘영웅’ 이주노동자 추방 위기

복지부, 니말씨 의상자로 인정

이 과정서 불법체류도 알려져

LG전자 제공

지난 2월 주택가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불 속에 뛰어 들어 할머니를 구조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니말(38)씨가 정부가 인정한 ‘의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그는 이런 의로운 행위로 오히려 불법 체류 사실이 알려져 강제 추방 위기에 놓이게 됐다.

12일 보건복지부는 의사상자심사위원회를 열고 니말씨 등 2명을 의상자로 인정했다. 의사상자는 자신의 직무가 아닌데도, 위험에 처한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 행위를 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 당한 사람을 뜻한다.

니말씨는 지난 2월 10일 오후 1시10분쯤 일하던 농장 근처인 경북 군위군 고로면의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불 속에 뛰어 들어 생면부지의 조모(90) 할머니를 구조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그는 구조 과정에서 머리와 목, 손 등에 2도 화상을 입었고, 유독 가스를 마셔 ‘기도 화상 및 부식’진단도 받았다.

의상자가 되면 보상금과 의료급여 적용, 교육보호, 취업보호 등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외국인인 니말씨는 이중 보상금만 받을 수 있다. 그가 받는 보상금은 최대 한도(2억원)의 약 5%인 1,045만원으로 책정 됐다.

니말씨는 아이러니하게도 선행이 알려지면서 강제 추방 위기에 놓이게 됐다. 그는 2013년 9월 이주 노동자들이 발급 받는 3년 만기의 ‘E9’비자로 한국에 입국해 군위군의 주물 공장과 과수원에서 일했다. 그는 비자 만기인 지난해 9월이 지나서도 한국에 ‘불법 체류’했다. E9 비자 만료로 본국에 돌아가면, 통상 수년 동안은 한국으로 재입국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 이주 노동자들이 불법 체류자 신분인 것도 이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불법 체류 사실을 알았지만, ‘행위’자체의 의로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논의 끝에 의상자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불법 체류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입으면 치료를 다 받을 때까지 의료 비자인 G1 비자를 받을 수 있지만, 니말씨의 사례는 산재에 해당하지 않아 G1 비자 발급이 어렵다. 산재가 인정되면 벌금(불법체류 기간 1년당 최대 2,000만원)도 면제되는데, 니말씨는 이 역시 힘든 상황이다. 그를 돕는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는 “출입국관리소에 산재에 준해 G1 비자라도 발급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니말씨는 대구의 스리랑카 불교 사원에 머물며 대구의 한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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