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죽음 내모는 고용허가제 재검토해야"


(사진=송봉준 기자)
최근 이주노동자들의 자살을 계기로 이주노동자 자살급증원인 실태조사와 직장 이동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의 전면 재검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경남이주민센터와 김해이주민의집, 주한네팔인교민협의회(NRN)경남은 23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 자살급증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전면 실시하고 이주민 정책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고용허가제 전면 재검토와 근로기준법 개정 등을 즉각 추진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8월 6일 충주지역 모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하던 네팔인 청년이 고용허가제 하에서 사업장 변경 불가 등을 비관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틑날인 지난 7일에는 홍성지역 한 축산농장에서 일하던 네팔인 청년이 역시 비슷한 괴로움을 동료들에게 털어놓은 후 죽음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주한네팔대사관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자살을 택한 네팔인 이주노동자는 2015년 9명, 2016년 7명, 2017년 5명 등 21명으로, '자살'이 사망원인 중 가장 많았다.

이들은 "현재 고용허가제 송출국가가 15개 국인 점을 감안하면 한 해 수십 내지 수백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음을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며 "물론 모든 자살을 고용허가제와 연관 지을 수는 없겠지만 이주노동자를 사용자에게 전적으로 종속시켜 놓은 현 제도의 반인권성과 열악한 노동환경 등을 감안한다면 고용허가제가 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 고용허가제는 무엇보다 사업장 변경(사유, 횟수, 기간 등)을 과도하게 제한함으로써 이주노동자를 사용자에게 철저히 종속시키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근로조건 저하를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뒷돈을 요구하는 등 사용자의 횡포가 날이 갈수록 심화돼 이는 결국 이주노동자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고용허가제는 지난 2004년 8월 시행된 사업자가 외국인 인력을 고용하는 것을 허가하고 관리하는 제도로, 심각한 인력부족을 겪고 있는 제조업이나 3D업종 부문의 사업체들에 대해 해외의 노동력을 공급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외국인 이주노동자는 3년 이내에서 사업자와 자유롭게 고용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3년을 고용계약하고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계약기간 사업장을 이동하려면 사업주의 허가가 있거나 폐업 등의 입증이 필요해 사실상 사업장 변경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김해이주민의 집 상담 사례를 보면 이주노동자들의 업체변경 요구에 사업주들이 3년 고용계약한 부분을 내세우며 허가해 주지 않으면서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들은 "직업선택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등은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가 아니냐"며 "이런 상식을 무시하고 이주노동자들의 자유를 박탈해 온 것은 무엇때문인가? 사용자들의 편의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현실이 이렇게 참혹하건만, 역대 정부는 이와 관련한 공식적인 실태조사를 지금 껏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면서 "정부는 민간이 참여하는 실태조사위원회를 즉각 구성해 이주노동자들의 자살급증원인에 대한 정확한 규명과 함께 그 개선책을 조속히 수립하고 고용허가제 전면 재검토 등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원문보기:
http://www.nocutnews.co.kr/news/4835543#csidxac52add759cb8d387f210f933a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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