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시선]인권 존중의 외국인 정책을 위하여

조영관 | 이주민센터 친구 사무국장·변호사

법무부가 얼마 전 ‘제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안)’을 발표하고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에 따라 5년 주기로 마련하는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은 앞으로 정부의 외국인 정책을 종합한 밑그림에 해당하는데, 올해 결정되는 ‘제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적용된다. 법무부는 이번 3차 기본계획의 정책 비전을 ‘국민 공감! 인권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선언하고, ‘상생’ ‘통합’ ‘안전’ ‘인권’ ‘협력’을 정책의 핵심가치로 발표했다. 

[별별시선]인권 존중의 외국인 정책을 위하여

일단 ‘인권과 다양성 존중’을 기본계획의 정책 비전으로 선언하고, 핵심 가치 중 하나로 ‘인권’을 강조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내에 체류하는 이주민의 취약한 인권 상황은 지난 10년 동안 국내 인권단체뿐만 아니라 국제노동기구(ILO),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유엔 자유권위원회 및 유엔 사회권위원회 등 국제적으로도 매번 지적되어온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후보시절 외국인 노동자 사업장 변경 불이익 없는 법 개정,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강제노동 철폐를 위한 ILO 핵심협약 비준,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 외국인 인권침해에 대한 점진적 개선을 약속했다. 나아가 과거 어느 정부보다 ‘인권’을 국정의 중심 가치로 강조하고 있어 그동안 지적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번에 발표된 ‘제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안)’은 이주민의 인권과 노동권을 개선할 수 있는 변화된 정책으로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많다. 우선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부터 아쉬움이 남는다. 공청회를 마련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이나 단 한 번의 공청회 이후 한 달 만에 기본계획을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하니 공청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지 의문이다. 시민들의 참여를 바라는 온라인 설문 문항을 살펴보면 국가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설문 수준이라기엔 너무 부끄러울 정도로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적인 질문들로 가득하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가 지적된 외국인 노동자 운영제도(고용허가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치료해야 할 병의 원인을 그대로 둔 채, 올바른 생활 습관만 강조한다고 몸이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앞으로 5년의 미래를 그리는 정부의 ‘기본정책’이라면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이 아니라 사회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노동자의 사업장(직장) 변경을 제한하고, 체류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권한을 사업주에게 부여하고 있다. 이직과 퇴사의 자유가 있는 한국 노동자들도 직장에서 사업주에게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힘이 약한 노동자들이 뭉칠 수 있는 노동조합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직의 자유가 없는 외국인 노동자는 사업주에게 찍히면 퇴사가 아니라 한국을 떠나야 하는 위험에 처한다. 제도의 설계 자체가 노동권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의 ‘선의(善意)’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열악한 제도에서조차 밀려나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인권과 노동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해외투자기업연수생, 농축산업노동자, 어업노동자, 선원노동자, 계절노동자등 법 밖의 이주민이 많다는 것이다.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시기를 맞아, 장기적인 정부정책의 바탕이 될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는 고용허가제 문제뿐만 아니라 사각지대에 있는 수많은 이주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고민도 담겨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이주민의 인권과 노동권이 존중되고, 공존을 위한 우리 사회의 지혜가 담긴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1122109035&code=990100#csidx730ad7995223195b93f636f1885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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