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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서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12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서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12ⓒ김철수 기자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 작은사업장 노동자 권리찾기에 시동을 걸었다.

이날 오전 민주노총은 서울 종로구 청계천 전태일다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과 공단, 거리 등 곳곳에서 작은 사업장 노동자 권리 찾기를 시작한다"라며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폭넓게 공감하는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리고 법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은 전태일 열사 50주기, 21대 총선, 민주노총 창립 25주년을 맞는 해이다. 여러 의미가 있는 해에 민주노총은 '작은사업장 노동자 권리 찾기' 사업을 통해 모든 노동자에게 해당하는 권리보장 의제를 사회적 요구로 드러내고, 노조활동이 어려운 사업장 소속 노동자의 최소 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 등을 해나가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작은사업장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4대 실현 의제'를 발표했다. 4대 실현 의제는 ▲근로기준법을 누릴 권리(맘대로 해고 금지) ▲평등한 쉴 권리(연차 강제사용, 공휴일 유급휴일 적용 등) ▲안전하게 일한 권리(노동안전교육) ▲알권리(근로계약서 서면교부, 취업규칙 게시, 월급명세서 교부의무화) 등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등록된 5인 미만 사업체 수는 320만 개, 종사자수는 580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27%를 차지한다. 전체 노동자의 노조 조직률은 10.7%이지만, 30인 미안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0.2%에 불과하다. 이는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이 57.3%인 것과 대조된다.  

올해 4월 민주노총 상담DB(데이터베이스) 분석한 결과, 1년간 78개 상담기관에 접수된 상담 1만159건 중 72%가 100인 미만의 사업장 노동자에게 접수된 것이었다. 상담 건수의 42.7%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52%는 근속연수 2년 이하의 노동자가 상담한 것이었다.

민주노총은 "여성, 10대, 5인 미만 사업장, 단시간 노동자의 임금상담 비율이 높았다"라며 "취약 계층일수록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서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12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서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12ⓒ김철수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은 근로계약서 교부 같은 기본도 지켜지지 않는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의 현실을 드러내는 상담 사례 및 현장의 목소리를 공개했다.  

"40대 여성이고 10명 안 되는 사업장에서 판매직으로 일한지 1년이 안 됐습니다. 주중에는 하루 9시간씩 일합니다. 토요일에는 6시간 근무에 점심시간 30분이고요. 월급은 200만원도 안 되는데 급여명세서는 받아본 적이 없어요. 내가 일한만큼 받고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5인 미만의 작은 의원에서 일하는 20대 여성입니다. 2년 계약을 했는데 초창기에 잘 대해주던 의사가 정규직 전환 시점인 2년이 다가오니, 쓰던 연차도 쓰지 말라고 하고 소소한 괴롭힘으로 스트레스를 주며 자진퇴사를 종용합니다"  

"A공단 내 고무부품을 만드는 작은 사업장에서 일합니다. 현장에는 정주(내국인)노동자 1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주노동자(10명)가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15분씩 일찍 나와 무료노동을 했습니다. 사업주는 '화장실을 더럽게 쓰면 개'라는 의미로 (화장실에) 개 그림을 그려넣기도 했어요. 이주노동자들에겐 근무 시간 외에 화장실 청소를 시키기도 했습니다. 장갑, 안전화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매우 열악한 노동조건이었어요." (작은사업장 노동자 민주노총 상담사례 중 일부)  

민주노총이 공개한 작은사업장 노동자 주요 상담 유형을 살펴보면, 사업주 마음대로 연장근로·근무조건 변경, 연차사용 거부, 산재 은폐, 수습기간 해고, 실업급여 못 받게 사직 종용, 주휴수당 체불, 퇴직금 체불,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이 있었다. 민주노총은 작은사업장 노동자 상담 사례 DB를 분석해 2020년 1월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11월부터 연말까지 작은사업장 권리찾기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진행한다"면서 "연말연초가 더 불안한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해고없는 연말 캠페인'등도 함께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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