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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한국어 강사도 노동자입니다 / 오미남

등록 :2019-05-08 16:44수정 :2019-05-0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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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남
서울대 언어교육원 한국어 강사

저는 한국어 강사입니다.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에서 ‘대우전임강사’라는 직위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가르친 지 올해로 23년이 됐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을 대상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왔습니다. 말레이시아로 파견되어 한국에 장학생으로 오는 학생들을 가르쳐 한국 대학에 진학시키기도 했고 영국으로 가서 한국으로 파견되는 대사관 직원과 외교관을 가르친 적도 있습니다. 요즘 티브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외국인들, 한국학 전문가라는 외국인 대학교수들도 한국어 교사에게 한국어를 배웁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어 교사라는 직업은 우리 사회에서 그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에는 80여명의 한국어 강사가 있습니다. 그중 39명이 서울대학교 총장 발령의 시간강사로 2년 이상 일해 왔고, 10년 이상 일해 온 시간강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시간강사라는 이유로 기간제법 대상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6개월마다 계약서를 작성하게 했습니다. 2011년 고용노동부는 교내외 수강생 모두를 대상으로 정규과목 이외의 과목을 강의하므로, 어학원 강사도 기간제법 적용 근로자라고 규정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연속 2년 이상 근무한 시간강사들은 최소한 무기계약직에 준하는 임금과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학교는 이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초 다시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강사는 강사법 대상이 아닌 근로자라고 특정하여 확인을 해줬는데도, 학교 쪽은 서로 자기 부서가 처리할 일이 아니라고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만 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현재 출근길과 점심시간에 110일이 넘도록 피켓을 들고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처우 개선을 위한 행동을 시작하자 많은 한국어 강사들은, 그나마 서울대학교 강사들이 다른 곳보다는 좋은 대우를 받는 편이라고 말합니다. 계약서를 쓰지 않고 고용하는 대학도 많고 강사료가 저희가 받는 수준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한국어 선생님은 엄밀히 말하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부여하는 한국어교원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국내 한국어교원의 고용 형태와 지위, 처우는 너무 열악합니다. 그래서 최근 한국어교원을 고용하는 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전문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담당 기관을 만들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있기도 합니다. 고용 형태가 위법적이어도 아무런 제재가 없어서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개별 소송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르친 많은 학생들은 한국어 강사들의 소식을 듣고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학교인 서울대학교마저 이 정도인 줄 몰랐다고 합니다. ‘힘내라’는 응원을 해주고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는지 물어보기도 합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기 나라에서 한국학을 전공으로 선택하여 연구하고 있거나 한국에 와서 대학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유학생들,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신세대들, 국제결혼으로 인한 다문화 가족들…. 이들이 한국을 알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한국어를 배워야 합니다. 한국어 강사들은 ‘한국어교육’을 전문적으로 이수받아서 자격증을 갖추고 있고 체계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전문가들입니다.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린다는 긍지만으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일해야 하는 지금의 열악한 상황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893093.html#csidx544f4af55fc371abddc0e09906bab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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