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건강 사각지대에 놓였다

등록 : 2013.05.27 21:01 수정 : 2013.05.27 21:01

대구 성서공단 노조 설문조사
절반이 하루 12~14시간 근무
최근 2년 건강검진 못받아
치료비 회사부담 38% 불과

대구의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에서 일을 하다 다쳐도 회사에서 치료비를 대는 사례가 3명 가운데 1명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 성서공단 노동조합은 최근 공단에서 근무하는 이주노동자 23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했더니, ‘일을 하다 다쳤을 때 치료비를 누가 부담했느냐’는 질문에 38.0%만이 회사에서 부담한 것으로 대답했다고 27일 밝혔다. 24.1%는 본인이 직접 치료비를 냈다고 대답했고, 노동상담소나 노조에서 치료비를 냈다는 대답도 17.7%나 됐다. 이주노동자 가운데 42.8%는 일을 하다가 위험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대답했고, 24.9%는 실제 다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주노동자들은 또 ‘최근 2년 동안 건강검진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56.6%가 검진을 받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검진을 받았다는 응답은 43.4%에 그쳤다. 검진을 받았다는 이주노동자 가운데 53%는 검진비용을 사업장에서 부담했지만, 21.4%는 본인이 전액을, 14.5%는 본인이 일부 비용을 직접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주노동자 가운데 55.4%는 하루 12~14시간씩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2.5%는 10~12시간, 18.8%는 8~10시간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서공단 노조 쪽은 “이주노동자들의 월평균 노동시간이 312시간으로 조사돼 한국 제조업 월평균 근로시간 196.2시간보다 116.6시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이주노동자 가운데 등록된 노동자는 54.5%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스리랑카 등지에서 온 이들은 자동차부품(39%), 기계금속(24%), 섬유(12%) 등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복남 성서공단 노조위원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도 건강보험과 무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이주노동자들이 무료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도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일을 하다 다친 산재사고는 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3명 중 2명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어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에서는 등록 이주노동자가 1만1288명, 미등록 노동자까지 합치면 전체 이주노동자가 2만1000명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노동자들은 대구의료원에서 싼 비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성서공단 노조에서도 매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무료진료를 받을 수 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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