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중 뇌손상으로 정신장애를 겪는 이주노동자에게 통역 서비스조차 지원하지 않고 산재 조사를 한 게 말이 되느냐."
부산·울산·경남지역 노동자 건강권 대책위원회(이하 건강권대책위)가 21일 오전 10시 30분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복지공단이 이주노동자 산업재해를 너무 안일하게 처리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아말라 자나카(27) 씨가 지난 2011년 2월 공장에서 일하던 중 크레인 고리에 얼굴을 맞아 턱이 내려앉는 부상을 당했다. 이때 충격으로 자나카 씨는 인지 장애 등 정신적인 장애를 함께 겪고 있어 정상적으로 일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자나카 씨에 대해 산재에 따른 1차 치료는 지원했지만 지난 2012년 6월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제출한 재요양 추가신청서에 대해 그해 6월 30일 자로 불승인했다.
대책위는 외부 충격에 따른 뇌손상으로 정신 장애(기질적)가 이어졌다면 자나카 씨가 산재 추가 요양을 받을 수 있는데, 근로복지공단은 외부 충격에 따른 뇌손상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정신장애(비기질적)가 왔다고 판단해 치료를 종결했다고 주장했다.
건강권대책위 김정철 집행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근로복지공단 부산지역본부가 자나카 씨에 대해 추가 검사가 필요했는데도 방치했다. 자나카 씨 주치의와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조차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냈지만 부산지역본부는 이를 무시했다. 더욱이 당사자에게 이런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채 무책임한 결정을 해 자나카 씨는 정신적 장애뿐만 아니라 경제적 고통까지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추가 검사 조치와 관련해서는 답할 수 없다. 조사 내용에 관한 개인 정보를 유출할 수 없는 게 내부 결정 사항"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부산지역본부가 이주노동자 산재 조사를 얼마나 부실하게 하는지 또 다른 이유도 있다고 했다.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이은주 활동가는 "통역 서비스를 사실상 지원하지 않아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신청·조사·요양 과정에서 이주노동자 주장과 권리가 묵살되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공단에서 제도적으로 통역을 지원하지는 않는다. 피해자가 직접 통역자를 데리고 오면 유리한 면이 있다"며 이런 사실을 인정했다. 건강권대책위는 자나카 씨에게 치료비 460만 원을 전달했으며, 통역 인력 배치와 비상식적인 산재 불승인 사례 발굴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