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충남 공주에 거주하는 A(70) 씨의 집에는 이주여성인 며느리와 그녀의 친언니, 어머니까지 가족의 연을 맺은 베트남 여성 3명이 머물고 있었다.
A 씨는 지난 16일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 B(71) 씨가 기다리는 장소로 며느리의 언니인 C 씨 데리고 나갔다. 70대 노인 2명이 C 씨의 손목을 끌고 간 곳은 근처의 한 모텔.
A 씨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사돈 C 씨를 억지로 모텔 문 안으로 밀어넣었고, B 씨는 도망치려는 C 씨를 강제로 제압한 뒤 성폭행했다.
가족인 C 씨가 봉변을 당하는 동안 A 씨는 범행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모텔 밖에 서 있었다.
#2. 국제결혼 중개업자 D 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에 가길 원하는 여성들을 모아 비자 절차를 이유로 합숙시켰다. 그런 후 "결혼에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며 여성들의 옷을 벗기고 성추행했다. 이 과정에서 미성년자인 E 씨를 성폭행했고, E 씨가 한국에 들어온 후에도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했다. 경찰은 지난 1월 28일 이 같은 혐의로 D 씨를 구속했다. D 씨는 범행과정에서 결혼할 남자의 동의를 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안 드림’의 꿈을 안고 한국을 찾은 이주 여성들이 이주노동자와 여성이라는 '이중고(二重苦)' 속에서 성폭력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돈 때문에 팔려왔다는 잘못된 편견으로 가족에게 인권을 유린당하는 일마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7일 충남 공주에서 발생한 '며느리 친언니 성폭행 방조 사건'은 이주여성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인식을 여실히 드러내는 일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현실과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인 인식이 맞물리면서 이주여성은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된 채 한국에서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주민방송 MNTV 등이 지난 3월 발표한 '외국인근로자 주거환경 및 성희롱·성폭력 실태 조사 및 제도개선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답한 여성 이주노동자 200여명 가운데 10.7%가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사람은 35.5%였고 매춘을 요구받은 이주여성도 12.9%로 나타났다. 가해자들이 이주여성에게 성폭력 상황을 강요하는 방법은 불법체류 신고 협박(55.6%), 금전적 협박(22.2%), 신체폭력 및 흉기 협박(16.7%)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한국말에 서툴고 고용이 불안한 이주 여성들의 경우 성폭력 피해를 입어도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MNTV 조사 결과, 성폭력 피해를 입은 이주 여성노동자의 68.2%는 신고하지 않았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