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침해” 이주노동자 3인 사업장 변경 합의
어제 열린 징계위원회서 사업주 “동의” 밝혀
노동자들은 경찰·노동청 등 제소도 취하키로
강경남 kk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3-06-26 06:00:00
 
 <속보>인권침해·임금체불 등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본보 21일자·25일자 보도>했던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3명이 사업주의 동의를 얻어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3명도 경찰·노동청 등에 제출한 신고장을 모두 취하하기로 합의, 사측과의 갈등이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25일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 3명에 대해 사측이 ‘근로 거부’를 안건으로 삼은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징계위원회에는 사측에선 회사 관계자들과 자문 노무사가, 방글라데시 노동자 3인을 위해선 통역을 맡은 바수무쿨 유니버셜 문화원장과 이들의 변호를 맡은 진재영 노무사가 참석했다.

 징계위원회에선 우선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비오는 날 제초 작업 지시와 이에 대한 방글라데시인 노동자들의 거부’를 두고 양측간 주장이 엇갈렸다. 노동자들은 “비오는 날 제초 작업을 시켜서 ‘비가 그치면 하겠다’고 했는데 사장이 소리를 질렀고, 그래서 우리 모두 이런 식으로는 일하지 않겠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랬더니 사장이 일방적으로 퇴근을 기록하고 나가라고 했다”며 “노동청을 다녀온 다음 날 사장이 이같은 지시를 내려 ‘보복성’으로 느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비가 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제초작업을 지시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슬비 정도였다. 해가 쨍쨍 뜨는 날보다 서늘한 날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 근로자들만 일을 시킨 게 아니라 함께 제초작업을 하려고 한 것이고 보복성은 아니었다”며 “근로자들이 설명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무작정 작업을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노동자들은 또 잦은 체불과 폭언 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이전에 외국인 근로자 한 명이 무단 이탈한 뒤로 공장 운영이 어려웠고, 공사 대금도 제때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임금을 맞춰 줄 수 없었다”며 “이에 대해 두 차례나 사정을 설명했지만, 노동자들은 계속 임금체불이라며 불만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임금이 적게 들어오거나 제 때 들어오지 않는 것과 관련해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로 상반되는 입장만 되풀이된 가운데, 노동자들의 변호를 맡은 진재영 노무사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힘든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오해만 커져 3명이 앞으로 원만하게 공장에서 일을 하기 힘들 것 같고, 공장 측도 이들을 책임지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3명은)다른 곳에서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싶어하니까 배려를 해주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에 사측이 “징계위원회를 연 것은 3명에 무슨 징계를 주려고 했던 게 아니라 ‘얘기도 듣지 않고 무작정 근로 거부를 하지 마라’는 뜻이었다”며 “우리 쪽도 이번 상황을 잘 마무리 짓고 싶다. 이 시간(25일)까지 임금을 다 계산해주고, 사업장 변경할 수 있게 퇴사 처리 해주는 대신 3명도 저녁까지 기숙사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방을 빼주는 것으로 합의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인 노동자 측도 즉각 동의했다. 또 앞서 경찰과 노동청에 제출한 제소장도 모두 취하할 것을 약속하기로 하고, 더 이상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공장 측은 방글라데시 3인에 대한 사업장 변경 승인을 처리해 줄 예정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이주노동자 보호…결국 ‘조직화’해야
오늘 ‘방글라데시 3인’ 징계위원회… 결과가 분수령
지역 일각서 “근본적인 해법 마련” 목소리 높아
“권리 보호 수단 필요” ‘이주노조’ 설립 등 제기
강경남 kk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3-06-25 06:00:00
 
▲ 이주노동자들의 정신적 고향인 광산구 평동역. 이곳에선 매월 이주노동자들이 단합하고 연대하는 행사가 펼쳐진다. 이제는 친목 단계를 넘어 권리 보호를 위한 조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드림 자료사진>

 인권침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오히려 공장 측의 징계를 받게 될 처지에 놓인 ‘방글라데시 노동자 3인’의 파문 <본보 2013년 6월21일자>이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이주노동자의 조직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광주의 한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인권침해와 임금체불에 시달리고 있지만, 현재 법과 제도로선 이들의 권리를 지켜주고 있지 못하고 있는 한계 때문이다.

때문에 이미 수도권에서 활동중인 이주노동조합과 같이 광주에도 이주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조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의 확산 여부는 25일로 예정된 방글라데시인 이주노동자 3인에 대한 사업장의 징계위원회 결과가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징계위원회가 이날 해고 등 중징계를 내려 노동자 3명이 한국에서 추방당할 수밖에 없게 될 경우, 이는 광주지역 이주노동자 전체의 이슈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4시 광산구의 S공장에서 열리게 될 징계위원회에는 방글라데시 3명을 돕고 있는 유니버셜문화원장인 바수무쿨 씨가 통역으로 참관할 예정인 가운데, 이들과 연대 의사를 밝힌 ‘평등과 연대를 위한 민중행동(이하 민중행동)’도 1인 시위에 나서 노동자들을 응원할 예정이다.

앞서 바수무쿨 원장과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3명은 사장의 폭언·폭행과 관련,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데 이어굚 노동청에 신고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방글라데시 3인’을 돕기 위한 지역 사회의 연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민중행동과 바수무쿨 씨는 이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적 해법으로 이주노동자 대변 조직화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24일 유네스코 광주지부에서 활동중인 바수무쿨 씨는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3명이 노동청, 고용센터, 이주민센터 등을 여러 차례 찾아가 도움을 요청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특히 방글라데시인 3명은 어딜가도 자신들의 편에서 얘기를 들어주는 곳이 없다는 데 크게 실망했다”고 전했다.

 이어 “광주에는 이주민센터나 외국인인력지원센터 등은 있지만 이것만으론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권리를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광주의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함께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수도권에는 이주노동자들이 중심이 돼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조합(이하 이주노조)’을 설립하고 활동중이다. 2005년 4월에 설립된 이주노조에는 600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제도 개선을 위한 투쟁을 비롯, 개별적으로 벌어지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광주고용센터에 따르면, 광주와 전남 일부지역(장성·나주·함평)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5000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바수무쿨 원장은 “공감대만 형성된다면 이주노조 설립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주노조가 설립돼 활동하기 위해서도 지역 사회의 든든한 지지가 필요한 상황인데, “광주는 그 기반이 튼튼하지 못하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바수무쿨 원장은 “방글라데시 3명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는 끝나는 게 아니다”며 “열악한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들이 당당하게 모여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