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8년 화성시 서신면의 한 공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 4개를 잃은 뒤, 산재보험금마저 한국인 브로커에게 빼앗긴 시타완 프라산(태국·47)씨가 다친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황성규기자 |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문화에 익숙지 않다는 점을 노려 각종 업무를 대행하고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와 피해 외국인 등에 따르면 공장이 밀집한 안산, 화성 일대를 중심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부당하게 돈을 뜯어내는 브로커들이 판을 치고 있다.
이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어에 서투르고 불법취업 신분이 많다는 점 등을 노려 각종 업무를 대행해 주겠다며 접근한 뒤 터무니없는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출입국관리소나 노동부 등의 공공기관에 동행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10만원을 받는가 하면 산재보험료를 받아주고 수천만원 상당의 수수료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태국인 노동자 시타완 프라산(47)씨는 지난 2008년 11월 화성시 서신면의 한 공장에서 일을 하던 중 프레스 기기에 손이 끼여 왼손 손가락 4개를 절단해야만 했다.
이후 3천800만원가량의 산재보험금을 받았지만, 실제로 프라산씨가 손에 쥔 돈은 1천800만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프라산씨 대신 보험금을 받아준 브로커 A씨가 챙겼던 것. 절반이 넘는 돈을 빼앗긴 프라산씨는 이후 A씨에 의해 쫓겨나듯 고국으로 되돌아갔다.
뒤늦게 실상을 알게 된 프라산씨는 5년 만에 국내에 재입국해 A씨를 형사고발, 현재 화성동부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프라산씨는 "손을 다친 것도 억울한데, 보상금도 빼앗겼다고 생각하니 너무 분하다"고 했다. 그는 요즘 모텔방을 전전하며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스리랑카인 B씨도 지난해 자신의 친구를 취업시켜 주겠다는 한 한국인 브로커에게 속아 250만원의 돈을 뜯겼다.
그러나 피해 외국인 대부분이 신분 노출을 꺼려 피해를 구제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며, 이에 브로커들은 더욱 활개를 치는 실정이다.
센터 관계자는 "과거엔 임금을 떼어 먹는 악덕 업주들이 문제였다면, 요즘은 악덕 브로커들이 더 문제"라며 "이들에 대한 강력한 지도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