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5천명 등 전국 20만명 육박
상당수 임금체불·의료지원 부재 호소
교통사고 신고도 못해 … 대책 마련 시급

2013년 12월 30일(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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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지역을 비롯한 우리나라 불법체류 외국인의 인권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20만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불법 체류 외국인 가운데 상당수는 임금체불이나 의료지원 소외 등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올해 11월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56만3733명이 등록됐으며 이중 불법체류자는 18만3794명(11.8%)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18만794명) 늘어난 수치다.

광주·전남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등록 외국인은 3만9965명으로, 비전문취업(E-9)이나 방문취업(H-2) 비자 등 근로를 목적으로 입국한 인원은 약 1만9533명(48.9%)다. 경찰은 이들 이외에도 5000명 이상의 불법체류자가 광주·전남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법체류자의 대부분은 외국인 노동자들로 업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 근무지를 이탈하거나 금전문제 때문에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 오후 1시께 광양시 A모텔에서 카자흐스탄 출신 S(41)씨가 양쪽 엉덩이와 등, 귀, 목 부위에 심한 화상을 입은 상태로 숨진채 발견됐다. S씨는 최근 일을 하던 중 화상을 입어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으며, 불법체류자 신분이 발각될까봐 병원에도 못가고 고통을 잊기 위해 술을 많이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S씨는 지난 2002년 입국해 2004년부터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광양 등지에서 일용직 생활을 하며 가족들에게 매달 100만원씩 송금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8월 순천에 위치한 한 민간 외국인지원단체를 찾아 “고국에 있는 어머니가 많이 아프니 돈을 보내줘야 한다”며 송금을 부탁하기도 했다.

광주 이주민노동자센터와 아시아외국인근로자센터 등에 따르면 불법체류자들은 임금체불이나 업무 중 재해를 입어도 호소를 못하고, 설사 교통사고를 당하더라도 신분이 밝혀질까봐 도주를 해 제대로 된 보상도 못 받는 등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출국을 하더라도 원룸 등의 보증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의료지원 여가생활은 꿈도 못 꾼다.

일부 악덕업주들은 “출입국사무소에 신고하겠다”며 불법체류자들에게 임금 지급을 미루는가 하면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다며 손찌검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아시아외국인근로자센터를 찾은 베트남인 A(29)씨는 2년 전 2년 동안 일을 한 업체에서 퇴직금 지급을 여태 미뤄 본국으로 못돌아가 불법체류자 신분이 됐다. 본국에 있는 2살 자녀가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A씨에게 수백만원에 달하는 퇴직금은 가족들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센터를 찾은 캄보디아인 B(21)씨는 업주가 자꾸 구타한다며 하소연했다. 업주는 B씨가 일하는 모습이 답답하다며 상습적으로 B씨의 배 부위 등을 주먹으러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외국인근로자센터 관계자는 “불법체류외국인들은 집에 아픈 가족이 있거나 대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등 한국을 떠나지 못하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법체류자가 됐더라도 최소한의 인권은 지켜줘야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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