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 … '고령화 사회' 한국에 도움 안돼

          입력 2014.02.24 02:30 / 수정 2014.02.24 02:30

스윙 IOM 사무총장 "2억 명 국경 넘나들며 살아가"

지난 9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유럽연합(EU) 시민권자의 취업 이민을 제한하는 법안이 국민투표에서 통과됐다. 지난해 말 스위스 거주 외국인 수는 188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23%를 차지한다. 이주를 장려하는 정부간 기구인 국제이주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IOM)의 본부가 바로 스위스 제네바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7일 한국을 2박3일 일정으로 찾은 윌리엄 스윙(80·사진) IOM 사무총장을 만났다. 그는 2008년 5년 임기의 IOM 사무총장에 당선돼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미국 국적의 직업외교관 출신으로 콩고·나이지리아·아이티 등지에서 대사를 역임했다. 부인이 말레이시아인이여서 부부가 음력 설을 쇠기도 한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스위스에서 ‘이민제한법’이 통과됐다.

 “찬성률이 50.4%였다. 겨우 0.4%포인트 차이로 통과가 된 것이다. 재밌는 것은 이민자가 3분의 1을 차지하는 제네바시는 그 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는 것이다. 이민자 숫자를 줄이고 싶어하는 나라들이 있다. 하지만 ‘젊은 남반부(youthful south·개발도상국)’에서 ‘나이든 북반부(aging north·선진국)’으로의 이동은 불가피하다. 70억 명의 세계 인주 중 3%에 달하는 2억 명이 국경을 넘나들며 살아가고 있다.”

 -한국 내 ‘이주자’ 숫자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2년 말 국내에 체류중인 이주자 숫자는 145만 명. 2002년 63만 명에서 10년 사이 두 배로 불어났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인 한국에선 노동력 확보를 위해 이주자를 반드시 필요로 할 것이다. 이주자는 원주민(natives)보다 사회에서 성공하려는 욕망이 크고 그만큼 동기부여도 많이 받는다. 한국사회가 이들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잘 활용하면 윈윈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주민에 대한 근거 없는 ‘신화(mythology)’를 극복해야 한다. 이들이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아니다 대부분이 3D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범죄가 늘어난다? 이주자 대부분은 낯선 땅에서 경찰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좀 더 예의바르게 행동하려고 한다.”

 -미국에서 일부 이민자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예일대 에이미 추아 교수의 책 『더 트리플 패키지』가 화제다.

 “흥미롭게 들었다. 민족 우월성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열등감 속에서도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능력을 발휘해야 성공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민자가 원주민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 이민자 가운데 일부 이민자들 얘기만으로 결론을 도출해 방법론엔 확신을 가질 수 없다.”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별도의 ‘난민법’을 시행하고 있다. IOM도 난민 지원업무를 하는데.

 “난민 지위는 유엔난민기구(UNHCR)가 부여하지만 그들이 재정착하기까지의 실무 작업은 IOM이 지원한다. 전세계 난민은 10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전체 국제 이주자의 5%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정착할 곳(home)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이다.”

 -IOM에 한국인 직원이 많은 편인가.

 “전체 직원 8000여 명 가운데 한국인은 10여 명 정도다. 하지만 본부에서 한국 대학생들이 인턴을 하고 있다. 국제기구 가운데 ‘유급 인턴십’을 운영하는 건 우리가 유일하다.(웃음) 이번 방문에선 한국 정부의 외교부 관계자를 만나 좀 더 많은 한국인들이 IOM에서 일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보겠다. IOM에 한국 정부 직원을 파견해줄 수 있는지도 건의해보려고 한다.”

 1951년 창설된 IOM은 155개국을 회원국으로 두고 있다. 한국엔 99년 서울사무소가 문을 열었다. 각국 정부, 비정부기구(NGO)와 협력해 이주자의 정착을 돕고 난민이나 이재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한다.

글·사진=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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