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어업 이주노동자에 폭언·폭행 심각"

 
93.5% 폭언·42.6% 폭행경험…"현재 진행중"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국내 선단에서 선원으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10명 중 9명이 욕설이나 폭언에 시달리고 있으며 여덟 명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당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한양대학교 글로벌다문화연구원에 의뢰해 어업 이주노동자 169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158명(93.5%)이 욕설이나 폭언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고 72명(42.6%)은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2일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대상자 중 142명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적게 또는 늦게 주거나(75.2%, 복수응답) 수당과 보너스를 주지 않고(61.7%) 무시하거나 욕설, 폭언, 폭행을 당했다(52.5%)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 가운데 61명이 일하다 다친 경험이 있으나 52.6%가 산업재해처리를 받지 못하고 추후 보상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바다에서 조업 중인 배라는 공간은 독립적이고 폐쇄적인 노동환경으로 근로감독이 되지 않아 외국인 선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외국인 선원은 관리주체의 무책임, 관련 규정의 미비, 지역사회에서의 고립, 선원노조의 외면 등으로 이주민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정부간 양해각서 체결을 통한 도입절차 투명화 ▲지방해양항만청 관리감독 강화 ▲외국인선원정책위원회 설치 등을 제안했다.

2012년 8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어업 이주노동자는 7천574명이다. 대부분이 생산수당, 시간외 수당, 야간 및 휴일근무 수당 없이 최저임금만 지급받고 있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오경석 한양대 글로벌다문화연구원 교수는 "어업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인권상황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지만 관리·감독기관이 명확하지 않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지역, 선단별로 상황이 다른 만큼 일괄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공공성을 강화해 기본적인 수칙이 지켜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오는 4일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국토해양부, 수협중앙회, 선주협회 등 관계기관과 전문가, 외국인 선원 등으로부터 의견을 듣는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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