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05-12]
난민심사 청구訴 제출 외국인 장기수용은 위법
"한국 내 있는 외국인도 신체 자유의 주체" 
인천지법, 출입국관리소에 수용해제 결정


정식 난민심사를 받지 못한 외국인들이 난민심사를 받게 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을 때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이들을 송환대기실에 오랜 기간 수용한 것은 위법한 행위라는 법원의 첫 결정이 나왔다. 이번 결정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들에 대한 수용을 해제해야 하지만, 난민법에는 정식 난민심사를 받지 못한 외국인들이 사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 생활할 어떤 시설도 정해놓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영화 ‘터미널’에서처럼 공항에서 생활해야 하는 등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서 태어난 A(23)는 지난해 11월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A는 “동족을 죽이는 내전에 참가할 수 없어 강제징집이 됐지만 도망쳤다”며 난민인정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인천공항출입국관리소는 사실을 은폐해 난민으로 인정받으려는  경우로 판단, 난민인정심사불회부결정을 하고 A를 송환대기실에 수용했다. A는 결정을 취소하라는 소를 냈고 출입이 통제되는 송환대기실에서 변변한 침구류도 없이 햄버거와 콜라만 먹으면서 5개월 동안 생활했다. 2013년 7월 시행된 난민법에는 사전 심사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소송을 낸 외국인에 대한 보호시설을 따로 정하지 않아 출입국관리소는 입국을 거부당한 사람들이 잠시 대기하는 송환대기실에 이들을 수용하고 있었다. A는 수용을 해제해달라는 소송도 냈지만 1심은 “인신보호법은 입국이 거부된 외국인인 A에게 적용될 수 없으며, A가 출국 의사를 밝히면 수용대기실에서 즉시 벗어날 수 있어 구제 이익이 없다”며 각하했다.

인천지법 형사4부(재판장 조미옥 부장판사)는 최근 A가 출입국관리사무소와 인천공항 항공사운영협의회를 상대로 낸 인신보호 청구항고심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은 A에 대한 수용을 해제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난민인정 여부에 대한 사법적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A를 수용한 송환대기실은 그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가 전혀 없고 A의 신체적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므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출입국관리사무소는 A가 출국 의사를 밝히면 언제든지 송환대기실에서 벗어날 수 있어 구금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한정된 하나의 조건을 충족해야 신체의 자유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에 불과하고 외부와 자유로운 왕래가 전혀 허용되지 않는 점, 일시보호 기간이 최대 96시간인데 5개월이나 대기한 점 등을 볼 때 송환대기실은 인신보호법이 정한 수용시설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인신보호법의 목적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인데, 신체의 자유는 자연권으로서 대한민국 영토 내에 있는 외국인 역시 신체 자유의 주체가 된다”며 “인신보호법의 국민을 외국인을 배제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사람으로 좁게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A를 대리한 이일(34·사법연수원 39기)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난민법에는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들의 사전 심사를 위해 7일 동안 난민인정심사대기실에서 생활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A씨와 같이 처음부터 사전 심사를 받지 못하거나 사전 심사에 불복한 외국인들이 수용할 곳을 정하고 있지 않다”며 “이들이 정상적이고 적법한 난민인정절차를 받을 수 있게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장호 기자 jangho@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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