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원 선박 탑승 노동자, 노동권 사각지대 방치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입력 : 2014-10-26 18:44:07 일 노출 : 2014-10-26 18:45:00 일

정부가 배에서 일을 하더라도 선원으로 분류되지 않은 아르바이트, 초빙연예인, 공연종사자 등에 대한 근로감독을 전혀 하지 않아 이들이 노동권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은수미 의원은 최근 배에서 일하는 사무직원, 아르바이트, 수리기술자, 실습선원 등 비선원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이 최근 4년 동안 0건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는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세월호 침몰 참사 후 선사인 청해진해운 측은 "아르바이트생에는 장례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이는 '근로자가 업무상 사망한 경우에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한 후 지체 없이 그 유족에게 평균임금 1000일분의 유족보상을 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83조와 '근로자가 업무상 사망한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한 후 지체 없이 평균임금 90일분의 장의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83조(장의비)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선사)가 고용한 이의 노동형태가 아르바이트인지, 정직원인지 구분 없이 이 조항을 적용하도록 돼 있다.

청해진해운 측은 이에 "지금 아르바이트생은 여객으로 분류돼 있다. 장례비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관련법상 한국해운조합 여객보험으로 처리를 할 수 있어 그렇게 하겠다고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노동계는 이를 두고 "알바생을 승객으로 위장한 불법적인 고용관계가 드러난 것이다. 이미 고용관계가 성립됐는데 사용주로서 책임을 피하려는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같이 아르바이트 등 비선원 노동자에 대한 노동권 침해가 비단 선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않은 고용노동부 측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은수미 의원 자료를 보면 국내 수상운송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수는 약 1만 9096명(2012년 기준)이다. 같은 시기 해양수산부가 집계한 내항선 취업선원은 8269명으로 나타났다. 이를 뺀 비선원 노동자는 1만 800여 명(56.6%)으로 추산된다. 은 의원은 "이들 비선원 탑승 노동자에 대한 근로감독을 고용노동부가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해양수산부 선원근로감독관 관할이라고 임의로 간주하면서 감독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상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일반 노동자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근로감독을 한다. 특별법 성격인 선원법 적용을 받는 선원 노동자 근로감독은 해양수산부 선원근로감독관이 하도록 한다. 비선원 노동자는 비록 배에 타서 일을 하지만 선원이 아닌 노동자 근로감독은 당연히 고용부 업부에 해당한다.

고용부는 그러나 여태껏 비선원 노동자에 대한 근로감독 조차 선원근로감독관이 한다고 간주하고 자신들 고유 업무에서 손을 떼버린 셈이다.

더구나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선원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모두 290건에 걸쳐 15억 7700만 원의 임금체불 등 위법행위를 찾아냈다. 선원에 대한 위법행위가 다수 발생한다는 점에 비춰 비선원 노동자 대한 위법행위도 이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벌어질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은 의원은 "그동안 이들에게 최저임금, 법정근로시간 등 법률이 정한 근로조건이 적절히 보장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감독해야 할 정부가 부처간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과정에서 단 한 차례도 근로감독을 하지 않은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며 "사실상 법의 보호망 바깥에 방치된 비선원 선박 탑승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이고 긴급한 감독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은 의원은 또한 "세월호 참사 당시 탑승한 비선원 노동자들도 일반 탑승객과 함께 목숨을 잃는(13명 중 7명 사망)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 당시 사건으로 선박탑승 비정규직이나 외국인 노동자들 근로조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며 "이 같은 국민적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적절한 계획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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