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업체 테슬라, 외국인 노동자 착취…미 언론

무자격 비자로 테슬라 작업 현장서 노동…임금은 5달러 수준
불명확한 고용관계…사고 나도 책임 묻기 힘들어, '책임 회피'
소송…"미국에서 사람 대우하는 방식 아냐" vs "테슬라와 관계없는 일"

등록: 2016-05-16 17:23 


건설 노동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가 외국인 노동자 착취 논란에 휘말렸다. 사업·여행비자(B1/B2)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테슬라 공사 현장에서 저임금·고강도로 부리고, 산재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직접적인 고용 관계가 없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 혐의다. (Photo by Scott Barbour/Getty Images) 2016.05.16 ⓒ게티이미지/이매진스 photo@focus.kr

(서울=포커스뉴스)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가 외국인 노동자 착취 논란에 휘말렸다. 

 

사업·여행비자(B1/B2)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테슬라 공사 현장에서 저임금·고강도로 부리고, 산재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직접적인 고용 관계가 없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 혐의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신문인 새너제이머큐리뉴스는 테슬라 공사 현장에서 일한 슬로베니아 출신 노동자 그레고어 레스닉의 사례를 집중 조명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무자격 비자로 테슬라 작업 현장서 노동…임금은 5달러 수준


레스닉은 슬로베니아에 임신한 여자친구를 뒤로한 채 돈을 벌기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레스닉의 비자 신청서에는 그가 '전문적 기술'을 갖췄으며 사우스 캐롤라이나 자동차 공장에서 '감독관'으로 일할 예정이라고 쓰여 있었다.

모두 거짓이었다. 레스닉의 영어 실력은 고작 한두 문장을 말할 정도로 형편없었으며,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땅조차 밟지 못했다.

'의심스러운' 비자를 들고 입국한 그는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로 향했다. 테슬라의 도장 공장 신축 현장에서 레스닉은 시간당 5달러(약 6000원)의 임금을 받으며 일반 잡역 등 단순 육체노동을 하게 됐다.

레스닉뿐만 아니라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 동유럽 출신 노동자 140여명이 테슬라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 임금 5달러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이었지만 이주 노동자들은 자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에 만족했다. 이들과 유사한 일을 하는 미국인들이 받는 평균 임금은 52달러(약 6만원) 수준이다.

문제는 임금뿐만이 아니었다. 레스닉이 미국에 입국할 때 사용한 비자는 사업비자로, 이를 가지고 미국에서 일하는 것은 불법이다. 다만 사업체 관리 같은 '감독' 업무에 한해 한정적으로 허용된다. 물론 레스닉은 미국에서 한 일은 관리 감독이 아니었다.

새너제이머큐리는 미국에서 사업비자가 본 목적과 다르게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미국 정부가 비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써 비이민 노동자로 미국 노동인력을 대체하고 있다"고 일침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배이 에어리어(Bay Area,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를 중심으로 하는 광역 도시권)에서 특히 사업비자 남용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 불명확한 고용관계…사고 나도 책임 묻기 힘들어

레스닉은 숙소에서 테슬라가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공사 현장에 통근했다.그의 진술에 따르면 당시 현장 노동자들은 주 5~6회 근무했으며, 심할 경우 주7일을 모두 근무하기도 했다.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는 날도 비일비재했지만 추가노동 수당은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같은 불법적 노동 환경에 대해 테슬라는 책임을 회피했다. 테슬러와 레스닉 간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레스닉은 슬로베니아 현지 업체와 또 다른 하도급업체 등을 통해 고용 계약을 맺고 임금을 받았다. 테슬라는 레스닉을 고용한 적도, 그에게 업무를 지시한 적도 없었다.

테슬라는 "테슬라 계약 업체와 그 하도급 업체들이 고용 노동자들에게 임금법을 제대로 적용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불명확한 고용관계는 레스닉이 공사 현장에서 크게 다쳤을 때 더 큰 문제로 불거졌다.

2015년 5월16일, 레스닉은 3층 높이의 도장 공장 천장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겪었다. 두 다리는 물론 늑골이 부러지고, 무릎 인대가 찢어졌다. 뇌진탕도 입었다. 그러나 그의 사고와 의료비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주체는 없었다.

◆ 변호사 "미국에서 사람을 대우하는 방식 아냐" vs 테슬라 "테슬라와 관계없는 일"

레스닉은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

레스닉 등 비이주 외국인 노동자 200여명이 불법적 근로 환경에서 노동했다는 것이 소송의 주 내용이었다. 노동자들에게 약속한 임금(시간당 12.7달러, 약 약 1만5000원)을 제대로 주지 않고 착취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테슬라는 레스닉의 사고 이후 성명을 통해 "회사가 아는 한 레스닉 사고는 그의 고용주가 제대로 된 하네스(추락할 때 충격을 신체 각 부분으로 분산시켜 부상을 막는 장치)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아울러 "테슬라는 레스닉을 고용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해당 소송은 레스닉과 그의 고용주인 하도급 업체와의 사건"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고 며칠 뒤, 레스닉을 찾아온 슬로베니아 현지 업체 관계자는 그에게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레스닉은 돌아가는 대신 변호사를 고용했다.

레스닉의 변호사 윌리엄 드레서는 새너제이머큐리에 "이는 미국 땅에서 사람들이 대우받아야 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인터뷰했다.

사고 후 1년이 지난 현재, 슬로베니아에서 지내는 레스닉은 지팡이 없이 걸을 수는 있으나 아직 일은 못 하는 상태'다. 그를 고용했던 현지 업체는 여러 차례 그를 찾아와 소송을 취하해 달라고 부탁했다.

레스닉은 "나와 또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신문은 "테슬라에 여러 차례 임금, 비자, 근로환경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설명했다. 


김서연 기자 seo@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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