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서 외국인노동자 셋 발암성 추정 물질 중독 파문

폐드럼통 재생업체서 근무, 메틸렌 클로라이드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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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외국인 노동자의 집과 금속노조 경남지부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폐드럼통을 재생하는 A 업체 앞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해화학물질에 노출·중독된 사실을 규탄하며 업체 측에 작업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양산 외국인 노동자의 집 제공

- 어지럼증 가슴통증 등 호소
- 고용노동부 진상조사 착수

경남 양산의 한 폐드럼통 재생 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3명이 발암성 추정 물질에 중독돼 고용노동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 양산지청은 A 업체를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양산 외국인 노동자의 집과 금속노조 경남지부가 이 업체에서 근무하는 스리랑카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3명이 유해화학물질인 메틸렌 클로라이드에 중독됐다며 지난 11일 양산지청에 고발하면서 이뤄졌다. 이들 단체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사업장 이동도 요청했다.

A 업체는 폐드럼통을 수거해 이물질을 제거한 뒤 재생하는 곳이다. 메틸렌 클로라이드는 수거한 폐드럼통을 세척하는 데 쓴다. 이 업체에는 외국인 노동자 1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번에 메틸렌 클로라이드에 중독된 3명 중 2명은 지난해 10월부터, 나머지 1명은 올해 초부터 일해 왔다.

이들의 중독 증상은 지난 3월 복통과 가슴 통증을 호소하면서 불거졌다. 이들은 지난 4월 15일 양산부산대병원 검진 결과 메틸렌 클로라이드에 의한 급성중독이란 진단을 받았다. 노동단체들은 이를 근거로 안전장비 없이 장기간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바람에 유해화학물질에 중독됐다며 업주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세척과 도장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유해화학물질인 메틸렌 클로라이드를 사용하고, 이 작업을 1주일에 서너번 하며, 작업할 때마다 서너시간 이상 이 물질에 노출된다. 작업 과정에서 안전한 환기시설은 물론 적정한 보호구는 전혀 지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양산 외국인 노동자의 집 정혜 사무국장은 "노동자들이 구토, 두통, 어지러움,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사측에 작업환경 개선과 사업장 이동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억지라고 주장했다. 업체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일했던 1명은 절차를 밟아 조만간 다시 들어와 일하기로 했고, 우즈베키스탄 출신 노동자도 다시 돌아와 일하고 싶어할 정도"라며 "노동단체들의 주장처럼 공장의 작업환경이 열악한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양산지청은 사업주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보호장구 착용 여부, 작업환경 점검 등 실태조사를 실시한 뒤 위법행위가 드러나면 처벌할 방침이다.


※ 메틸렌 클로라이드(Methylene chloride)

페인트 제거제, 세척제, 화학물질 추출 등에 사용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관리대상 물질. 국제발암성연구소는 인체 발암성 가능 물질로, 미국 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는 동물 발암성 물질로, 우리나라는 발암성 추정 물질로 각각 규정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이 물질을 사용할 때는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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