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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살인단속 언제까지”

18일 부산 출입국·외국인청서 집회... 숨진 태국 노동자 추모, 정부정책 규탄

18일 UN이 정한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부산서 이주노동자의 과잉 불법 단속을 규탄하는 집회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UN이 정한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부산서 이주노동자의 과잉 불법 단속을 규탄하는 집회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18일 UN이 정한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부산서 이주노동자의 과잉 불법 단속을 규탄하는 집회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출입국 종합민원센터 간판을 뒤덮은 규탄 스티커.
18일 UN이 정한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부산서 이주노동자의 과잉 불법 단속을 규탄하는 집회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출입국 종합민원센터 간판을 뒤덮은 규탄 스티커.ⓒ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UN이 정한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부산출입국 종합민원센터 앞에서 집회가 어김없이 열렸다. 이날에 대한 기념과 축하가 아닌 민주노총 부산본부, 사회변혁노동자당, 가톨릭노동자상담소, 김해이주민인권센터 등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공동대책위는 강제단속에 몰려 숨진 이주노동자를 추모하며 “더는 죽이지 말라”라고 호소했다.

미등록체류자 단속에서 추락사
책임은커녕 사과도 없어 
색바랜 이주노동자의 날 의미  
“살인 단속 중단하라. 책임자 처벌”
 

지난 2000년 UN은 총회에서 국경을 넘어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와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12월 18일을 ‘세계이주노동자의 날로’로 지정했다. 이보다 전인 1990년에도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채택해 이를 명문화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체류자’라는 이유로 ‘살인단속’에 내몰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주민 협약과 이주노동자의 날은 말뿐이라는 비판이다.

최근 부산출입국·외국인청(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 과정에서 태국 출신 이주노동자인 고 아누삭 씨가 숨진 사건은 그 극명한 사례다. 지난 9월 부산출입국·외국인청은 경남 김해에 있는 A업체에 대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불시에 진행했고, 아누삭(29) 씨는 이 과정에서 추락해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이날 외국인청은 중국 4명, 태국 3명, 베트남 1명 등 8명의 이주노동자를 미등록 혐의로 붙잡았다.  

이 사건은 이주민 인권 단체들이 과잉단속에 따른 사망을 규정하고 대응에 나서면서 논란으로 번졌다. 이들 단체는 현장 조사를 통해 “단속반원들이 사업장에 몰래 잡임해 옹벽 뒤에 숨어 있다가 이주민을 덮쳤고, 이에 현장이 아수라장이 됐다”고 당시 상황을 공개했다. 이들 단체는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장소에서 무단침입과 과잉단속이 펼쳐졌다”며 아누삭 씨 죽음에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18일 UN이 정한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부산서 이주노동자의 과잉 불법 단속을 규탄하는 집회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천주교에서도 집회에 참가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
18일 UN이 정한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부산서 이주노동자의 과잉 불법 단속을 규탄하는 집회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천주교에서도 집회에 참가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하지만 부산청은 아누삭 씨의 죽음이 단속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경찰의 수사와 국과수 감정 결과도 시간이 상당히 소요됐다. 결국 고 아누삭 씨는 자신이 왜 죽었는지조차 밝히지 못한 채 본국에 시신으로 송환돼 장례식을 치렀다. 이에 이주민 인권 단체들은 진상규명 촉구와 항의 차원에서 10월부터 부산청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갔다.  

경찰의 최종 수사는 단속반원의 업무상과실치사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넘어져 사망한 것으로 결론을 내면서 단속 과정에서 벌어진 아누삭 씨 죽음은 단순 사고사로 처리됐다. 책임져야 할 사람도 유족에게 사과할 사람도 없다는 의미다. 

이주노동자의 날, 100여 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반인권적인 강제단속에 사람이 죽었는데 사과나 재발방지책의 언급조차 없다”며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바뀌어도 단속은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죽음으로 내모는 단속행위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불법 딱지를 붙여 단속하다 한 노동자가 죽었다. 이들은 짐승이 아니다. 비인간적인 이 사회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영란 사회변혁당 집행위원장은 “언제까지 이주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을 봐야하느냐”며 “일하면서 죽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그리도 대단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가톨릭노동상담소의 정우학 신부 역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정 신부는 “이주노동자가 죽어도 책임지는 사람도, 재발방지책도 없다”며 “이 땅에서 외국인은 사람이 아닌 것이냐”고 꼬집었다. 그는 “불법이라고 규정한 이들은 누군가를 해친 것도, 물건을 훔친 것도 아니다”라며 “당연한 죽음은 없다. 당연한 것은 평등과 정의, 이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은 권리”라고 말했다. 

이들 집회의 마무리는 거리행진으로 이어졌다. 규탄 발언과 공연을 끝낸 참가자들은 부산출입국 종합민원센터에 항의 표시로 ‘죽지 않을 권리’, ‘단속 추방 중단’, ‘이주노동자 퇴직금 지급’, ‘숙식비 강제징수 지침 폐기’ 등 가장 기본적 요구가 담긴 스티커를 붙였다. 그리고 대열은 아누삭 씨의 영정을 가장 앞세우고 부산세관 옆 부산출입국·외국인청으로 향했다. 태국과 중국, 베트남 등 이주노동자들도 ‘불법 사람은 없다’, ‘제도가 불법이다’, ‘과잉단속 멈춰라’, ‘UN이주노동자권리협약 비준하라’ 등을 함께 외쳤다. 

18일 UN이 정한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부산서 이주노동자의 과잉 불법 단속을 규탄하는 집회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UN이 정한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부산서 이주노동자의 과잉 불법 단속을 규탄하는 집회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18일 UN이 정한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부산서 이주노동자의 과잉 불법 단속을 규탄하는 집회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UN이 정한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부산서 이주노동자의 과잉 불법 단속을 규탄하는 집회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18일 UN이 정한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은 가운데 부산출입국·외국인청에서 강제단속 규탄 집회와 행진이 이어졌다.
18일 UN이 정한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은 가운데 부산출입국·외국인청에서 강제단속 규탄 집회와 행진이 이어졌다.ⓒ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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