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070

[단독] 적법 이주노동자 3만명 불법체류자 만든 고용허가제

등록 :2019-10-21 09:43수정 :2019-10-21 15:06

  • 페이스북
  • 트위터
  • 스크랩
  • 프린트

크게 작게

‘미등록 체류자’ 양산하는 고용허가제
최근 5년간 사업장 변경기간 넘겨 ‘체류 취소’ 3만명
사용자·고용센터 실수인데 기간 하루 넘겼다고 불법 ‘딱지’
한정애 의원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제한 조건 완화 필요“
네팔, 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2019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노동 3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대회를 마친 뒤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네팔, 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2019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노동 3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대회를 마친 뒤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일터를 떠난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ㄱ씨는 2015년 2월 고용노동부 고용센터의 소개로 새 회사 면접을 보고 취직을 결정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정부가 허락한 ‘3개월’의 구직기간이 만료되기 하루 전이었다. 고용허가서를 받으려고 부랴부랴 고용센터를 찾았지만 담당 직원은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다음날 고용센터를 방문해야 했던 ㄱ씨에게 돌아온 건 ‘고용 불허’ 통보였다. 허용된 구직기간을 단 하루 넘겼다는 이유였다. ㄱ씨는 아무 잘못 없이 미등록 체류자(불법체류자) 처지가 됐다.

이주노동자들의 입국과 고용을 관리하는 고용허가제의 까다로운 ‘사업장 변경’ 조건이 적법하게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을 미등록 체류자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는 기존 회사와의 근로계약이 끝난 날부터 한달 안에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해야 하고,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한 날부터 세달 안에 새 회사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은 고용센터의 ‘불성실’한 취업 알선에 매달려야 하는데, 하루라도 기간을 넘길 경우 ㄱ씨처럼 체류가 취소돼 한국을 떠나야 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사전 예약시 보스턴백 증정!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사업장 변경 신청기간과 구직기간을 넘겨 미등록 체류자가 된 이주노동자는 2만8709명에 이른다. 사업장 변경 신청기간을 초과한 외국인 노동자는 2015년 3407명에서 올해 8월 4582명으로, 같은 기간 구직기간을 초과한 경우도 1205명에서 1215명으로 늘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사업장 변경 과정에서 사업주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탓에 이주노동자 본인의 잘못과는 상관없이 미등록 체류자가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노동자 ㄴ씨 역시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입국한 뒤 기존 사업장과의 계약기간이 끝나 2016년 2월 다른 사업장과 계약을 맺었지만 2017년 7월 ‘체류 자격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새 고용주가 고용허가서 발급 등 행정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탓이다. 앞서 18일 고용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고의 없이 구직등록 기간을 넘긴 몽골 출신 노동자에게 적법한 체류 지위를 제공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수용한 바 있다. 인권위에 진정을 낸 이주노동자는 사용자와 고용센터의 실수로 구직기간인 3개월을 3일 넘겨 미등록 체류자가 됐다.

이주노동자가 구직기간 안에 서둘러 새 직장을 찾으려 해도, 새 직장 소개를 맡아야 할 고용센터의 불친절한 정보 때문에 구직이 여의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우즈베키스탄 출신 노동자 ㄷ씨는 고용센터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공장에 면접을 보러 갔다가 해당 공장이 돼지 소시지를 만드는 곳인 것을 알게 됐다. ㄷ씨는 율법상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이다.

한정애 의원은 “현재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 제한 조건이 너무 과도하고, 고용센터에서 구직 알선 과정이 소홀해 미등록 체류자를 만들고 있다”며 “이동 제한 조건을 완화하고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휴대폰이나 워크넷 등으로 구직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913923.html#csidx05a2244064eb6d3b4c3ccb437787993 
profile
번호
제목
글쓴이
1940 인천공항 ‘감금시설’에서 치킨버거·콜라만 먹으며 70여일…
이주후원회
12992   2015-03-16 2015-03-16 19:45
인천공항 ‘감금시설’에서 치킨버거·콜라만 먹으며 70여일… 등록 : 2015.03.10 17:11 수정 : 2015.03.13 15:29 페이스북 트위터 싸이월드 네이버북마크 구글북마크 이메일보내기 구글플러스 닫기 인천공항 항공사 출국 수속대...  
1939 설날 연휴, 고향 모이듯 동대문역 모인 네팔인들
이주후원회
12938   2015-02-23 2015-02-23 22:07
설날 연휴, 고향 모이듯 동대문역 모인 네팔인들동대문역 주변 청소 나선 네팔인 구릉족 협회15.02.23 11:34l최종 업데이트 15.02.23 11:35l 김형효(tiger3029) 크게l 작게l 인쇄l URL줄이기 스크랩 0 0 Google+ 카카오스토리 0 ...  
1938 [뉴스추적] '미등록이주노동자(불법체류) 아이들의 이야기' 5월5일 file
이주후원회
12903   2010-05-21 2010-05-21 02:06
동영상 보기 일곱 살 장미의 꿈-불법체류 아이들의 이야기- 현재 국내에 거주 중인 18세 미만의 불법 체류자 자녀는 2만여 명. 이 아이들 중 상당수는 강제추방의 두려움 때문에 집 밖 출입조차 못한 채 숨어 지내고 있는 ...  
1937 민간에 맡긴 외국인 정착지원 한계..이민정책 대전환해야
이주후원회
12901   2014-10-13 2014-10-13 20:41
"민간에 맡긴 외국인 정착지원 한계..이민정책 대전환해야"입력시간 | 2014.10.13 06:00 | 최훈길 기자 choigiga@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외국인 체류자 증가로 '사회통합' 필요성 대두 정부는 국민정서 고려 소극대처, 민간단체에 ...  
1936 [경향] G20 치안 핑계로 이주노동자 무차별 단속
이주후원회
12879   2010-05-20 2010-05-20 15:28
ㆍ“88올림픽 때 노점상 쫓아내듯 청소” ㆍ경찰 병력 대대적 투입 영장도 없이 불심검문 지난 3일 서울의 한 신학대학으로 유학온 몽골인 ㄱ씨(22·여)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광희동 몽골타운의 한 사무실에 출입국관리소 단속반원 ...  
1935 "40만 이주노동자 이주노조로 단결해 노동권 보장 받자" file
이주후원회
12850   2005-05-19 2005-05-19 23:17
"40만 이주노동자 이주노조로 단결해 노동권 보장 받자" [현장]아누아르 위원장 석방과 로크만 조합원 폭력단속 규탄 이주노조 결의대회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은 19일 오후 서울출입국관리소 앞에서 아누아르 위원장의 표...  
1934 [한계레] ‘일회용’ 몰린 이주노동자…한국정부 대책은 ‘추방’뿐
이주후원회
12836   2009-11-10 2009-11-10 20:27
[하니TV ‘THE 인터뷰’와 함께하는 한겨레가 만난 사람]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담당 노마 강 무이코 조사관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노마 강 무이코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담당 조사관은 지난 21일 ‘이주노동자 인권...  
1933 필리핀 마석교회 화재 file
이주후원회
12811   2008-12-03 2008-12-03 18:42
2000년 4월, 부활절 주일예배를 드림으로 시작된 희년국제선교교회(장승필 목사) 마석공동체는 지난 19일 갑작스레 일어난 화재로 인해 교회 건물이 완전히 전소되었다.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성생가구공단내 정착한 필리핀 노동자...  
1932 "한국서 쫓겨난 이주노동자 함께 도와요"
이주후원회
12806   2009-12-29 2009-12-30 11:57
민주노총 활동가들 '이주노동장학회' 창립 한국에서 강제로 추방된 이주노동자들을 후원하기 위한 장학회가 만들어졌다. 민주노총과 산별연맹 소속 상근자들이 주축이 된 ‘이주노동장학회’(대표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가 그것...  
1931 [레이버투데이] 외국인력 정책, 근본적 문제 비껴가 file
이주후원회
12790   2005-03-23 2005-03-23 18:29
▲ 고기복 용인이주노동자쉼터 대표. ⓒ 매일노동뉴스 정부는 지난 2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2005년 외국인력도입 계획’을 수립·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국인력 도입규모는 7만2천명으로, 이 중 산업연수생은 지...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