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삼킨 코리안 드림…돌아오지 못한 베트남 선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뱃일로 100만원 조금 넘는 월급…생활비 빼고 가족에게 송금

(포항=연합뉴스) 임상현 기자 = "모두가 하나같이 착하고 성실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가족이 편히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벌어 돌아가겠다며 먼 이국땅에 온 베트남 선원들의 '코리안 드림'이 차가운 바닷바람에 휩쓸려 한순간에 날아갔다.

지난달 28일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뒤집힌 201 동경호에는 한국인 선장과 20∼30대 베트남 청년 6명이 승선했다.

모두가 코리안 드림을 가슴에 품고 한국 땅을 밟았다.

고향에 남겨둔 가족과 재회를 고대하며 두 달 남짓 억척스럽게 뱃일을 하던 젊은이들은 이날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시신이 발견된 한국인 선장과 선원 누엔(29)씨 외에 5명은 일주일째 생사조차 알 수 없다.

가족들은 여건이 안돼 한국에 오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며 애만 태우고 있다.

포항해경이 사고해역을 중심으로 수색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

사고 선박을 구룡포항으로 옮겨 찾았지만 5명 중 누구도 배 안에 남아 있지 않았다.

201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선원 취업비자(E10)를 받아 개별 입국했지만, 이들이 201 동경호 선원으로 취업해 함께 일한 것은 대부분 올해 초다.

베트남인 선원들은 201 동경호 근거지인 영덕 축산항 인근 숙소에서 몸을 부대끼며 공동생활을 했다.

새벽의 구룡포항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낯선 곳에서 겪는 설움이 만만치 않았지만 의지할 수 있는 동포가 곁에 있어 견딜 만했다.

매달 100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에서 생활비를 빼고 가족에게 송금하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선주 박모씨는 "6명 중 5명이 두 달 전에 왔는데 처음부터 형제처럼, 가족처럼 지냈다"며 "하나같이 착하고 성실해 나무랄 데가 없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형편이 어려워 고향을 떠나 급여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한국에서 크고 작은 어선을 타는 베트남인들이 적지 않다.

지리적 특성 때문에 배를 타 본 경험과 바다에 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인력 송출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포항시와 선주, 송출회사, 수협공제 등은 공제지급액과 보상금액을 협의 중이다.

숨진 한국인 선장은 1억8천만원, 베트남 선원은 6천만원가량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들은 수색이 공식적으로 끝나야 해 보상 협의에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포항해경 관계자는 "시신 2구를 부검한 결과 배가 뒤집힐 때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색 범위가 워낙 넓고 기상 변화가 심해 실종자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201 동경호는 지난달 28일 오후 2시께 축산항을 출항했으나 이튿날 오후 9시 30분께 통신이 끊긴 뒤 나흘 만에 포항 앞바다에서 뒤집힌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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