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구금 인권논란' 이주노동자 날라끄씨 면회

한국어 몰라 '마약누명' 더는 꿈도 없다

김민욱·신지영 기자

발행일 2016-03-10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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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 대마닭죽 먹지않아
소변·모발 검사서 미검출
"서명만하면 처벌 안받는다"
경찰말에 진술서 사인 억울
중독자 몰려 '강제출국' 위기
열심히 일했는데… 두려움만


9일 오후 1시께 법무부 화성외국인보호소 면회실 안. 수척한 얼굴의 스리랑카인 러구가마개나라카이매산(35·이하 날라끄)씨가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달 25일 비전문취업비자(E-9) 연장을 위해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았다 '마약류 중독자'로 몰려 이곳에 강제 구금(경인일보 3월 9일자 23면 보도) 중이다. 이날로 구금 13일째인 날라끄씨의 검은 눈동자에는 더 이상 '코리안드림'은 없었다. 눈빛에는 강제출국에 대한 두려움마저 비쳤다.

그는 서툰 한국말이지만 취재진에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선지 "열심히 일했는데 억울해요"라고 또박또박 말했지만 힘은 없었다. 5남 1녀 중 넷째인 그가 낯선 한국에 온 것은 지난 2006년이다. 컴퓨터 엔지니어를 꿈꾸는 세 살 어린 동생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화성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며 매달 손에 쥔 돈은 70만원 남짓이었지만 50만원을 고국의 가족에 송금했다. E-9비자 만료기간인 3년 동안 일한 뒤 스리랑카로 돌아갔지만 공부할 시기를 놓친 그는 '한국에서 돈을 더 벌어 작은 가게라도 하나 차리자'라는 생각에 2009년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날라끄씨가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도 이 시기다. 스리랑카 동료 10명과 함께 닭죽에 대마를 넣어 먹은 혐의를 받은 것이다. '대마를 본 적도, 닭죽을 먹은 적도 없다'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물론 소변·모발 검사에서도 대마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날라끄씨는 '대마 성분이 들어간 향신료를 사용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썼고, 결국 검찰에서 범죄사실은 인정되나 사안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는 "그때 한국어를 거의 말하지도 읽지도 못했어요. 경찰이 서명만 하면 처벌은 받지 않을 거라고 해 사인을 했어요"라며 여전히 억울해 했다.

이후 날라끄씨는 5년(세번째 입국기간 포함)을 더 일했다. 월급은 190만원으로 올랐고 자연히 매달 본국에 송금하는 금액도 크게 늘었다. 현재 그의 가족들은 스리랑카에서 숙박업소를 차렸다.

대마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그는 고된 노동에도 틈나는대로 한국어를 익혔고, 동료들을 위한 한국어 학습교실을 열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달 25일 마약류 중독자일 경우 강제퇴거 조치를 한다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구금된 것이다.

수원이주민센터는 6년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날라끄씨가 구금당한 것은 부당하다며 지난 4일 수원출입국관리소 측에 이의신청을 했다. 이의신청 심사를 맡은 법무부가 기각할 경우 날라끄씨는 강제퇴거 수순을 밟게 된다.

30분간의 면회시간 끝에 날라끄씨는 "나를 이렇게 내보내지 마세요. 스스로 갈 수 있게 해주세요. 더는 한국에 꿈도 미련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김민욱·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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