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이주노동자 '노동권 사각' 수도권 심각

'노동자 인정' 법망 허술 '노동 착취' 예상밖 참담

2016년 01월 12일 화요일


 숙소비 명목 월급 공제 좁은 컨 박스서 혼숙 등
 '코리안 드림' 무너질 판 법적근거 강화 필요성


"기숙사가 더러우면 일 그만 두던가", "신고하면 너도 가만두지 않겠다"

농촌지역 이주노동자들이 고용주에게 수없이 들어온 말이다.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가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주노조)에 대한 노동조합 설립 필증을 10년 만에 교부해 이주노동자들이 법적인 '노동자'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농어촌지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기본권은 먼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아직 이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지켜줄 법망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 보호 단체 '지구인의 정류장' 활동가들은 지난해 10월 이천의 한 비닐하우스 농장에서 도무지 믿기 힘든 이주노동자 근로환경을 목격했다고 11일 밝혔다.

생면부지의 캄보디아 국적의 남성과 여성 2명이 컨테이너 박스에서 함께 살아왔다. 이들 활동가의 조사에서 남녀 이주노동자들이 6개월여 동안 생활해온 좁은 컨테이너는 펜으로 남성 잠자리와 여성 잠자리를 구분해놓은 것이 전부였다. 사실상 강제 동거상태였다.

이 고용주는 조사를 나선 활동가들에게 뻔뻔하게 이 곳이 숙소라고 설명했다. 또한 고용주는 캄보디아 남성과 여성의 월급에서 '숙소비' 로 30만원이나 공제하고 지급했다. 그러나 노동자 2명은 고용주에게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 

다행히 캄보디아 국적 남성이 보호단체의 도움을 받아 여주시로 직장을 옮기면서 이들의 '혼숙'은 끝났지만, 고용주는 괘씸하다며 이주노동자의 수개월치 급여 중 1개월분만 지급했다.

이같은 실태를 목격한 인권보호단체가 중재에 나섰지만 이들의 임금문제 등을 해결할 수 없었다. 기숙사비 명목으로 월급을 공제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적용되지 않는 등 법적인 보호장치가 미약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숙사문제, 임금체불 문제 발생이 최근 '농어촌지역'에서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촌지역은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손길이 닿지 않고, 법망을 피할 수 있는 '사각지대'로 불리고 있다. 

'지구인의 정류장'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농어촌지역 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은 경기도·인천 지역 일수록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이 수도권지역에 집중된 것도 요인이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관계자는 "다른 직종의 노동자들도 문제지만, 농업노동자의 경우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보호 장치가 더 허술하기 때문에 인권·노동권침해가 더욱 상당하다"며 "고용주들의 인식 개선이 어렵다면 법적 근거를 강화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부터 농촌인력난 해소와 이주노동자에게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주는 '외국인 계절노동자 제도'를 시범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 하고 싶어 하는 이주노동자들을 3개월만 고용하고 돌려보낸 다는 것은 오히려 불법체류자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보호단체들은 지적했다.

수원이주민센터 안기희 대표는 "이주노동자들은 베트남·캄보디아 등 대사관에 뒷돈을 줘가며 한국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데, 3개월만 일하고 고국으로 돌아갈 노동자가 어디 있겠느냐"며 "결국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침해와 노동착취만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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