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20여 명 체불에 끼니까지 위협”
강경남 kk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6-01-11 06:00:00

▲ 유니버설 문화원 바수무쿨 원장 등이 지난 주말 전남 순천의 A공장을 찾아 임금체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전달한 식재료들.<바수무쿨 원장 제공>

-순천 소재 한 사업장서…1~3개월치 밀려 구원 요청
-제작년도 비슷한 상황…식사·거처 비상 “긴급 지원”
-사측 “해결 안하려는 것 아냐…되레 업무 방해 피해”

 전남 순천의 A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20여 명이 임금 체불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며칠간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소식을 접한 시민단체, 지역 기관·단체 등이 식재료를 공급하는 등 긴급 지원에 나섰다. 노무사를 통해 임금체불 해결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반면 공장 측은 “일부 임금이 체불된 것은 맞지만 해결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는데, 일부 이주노동자들이 떼를 써 공장 운영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며 되레 피해자임을 주장하고 있다.

 10일 유니버설 문화원·이병훈 노무사 등에 따르면, 현재 A공장에 남아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20여 명이다. 이집트·러시아·파키스탄·베트남 등 국적은 다양하다.

 체불은 1~3개월치로, 개인당 최대 63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5~6개월 전에는 약 150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이곳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이주노동자들을 면담한 이 노무사는 현재 공장을 떠나있는 이주노동자 중에서도 임금이 체불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당장 생활도 버거운 상태. 현재 공장 기숙사에서 기거하고 있는데, 며칠 전부턴 기숙사 내 식재료가 바닥나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주노동자들은 “공장 사장이 지난 2주 동안 자주 공장을 비우고 있다. 돈도 없고 먹을 것도 없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광주에서 이주노동자·유학생 등을 지원하고 있는 유니버설 문화원(원장 바수무쿨) 측에 최근 도움을 요청했다.

 바수무쿨 유니버셜 문화원장은 지난 주말 순천 아름다운가게, 금당사 주지 범일 스님 등과 함께 공장을 찾아 쌀, 계란, 감자, 할랄식품 등을 전달했다.

 하지만 지원 대상이 워낙 많다보니 주말에 전달한 식재료가 금방 바닥나 추가 지원이 필요한 상황. 범일 스님은 “쌀은 당장 11일에 더 갖다줘야 할 것 같아 이곳저곳에서 쌀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노무사와 바수무쿨 원장 등이 나서 사업주를 상대로 대응에 나서면서 이주노동자들의 거처 문제도 고민이 깊어졌다. 상당수는 유니버설 문화원 이주민 쉼터로 옮기길 원하고 있지만 공간이 협소해, 당장은 공장 기숙사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금 체불과 관련, 이 노무사는 11일 다시 공장을 방문해 이주노동자들을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노무사는 “우선 이 공장에서 제품을 납품받고 있는 원청을 상대로 임금 지급을 요구하고, 잘 안될 경우에 대해선 고용노동부의 `체당금’ 제도(고용노동부가 대신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한 뒤 기업에 이를 청구하는 제도)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공장은 지난 2014년에도 비슷한 문제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에도 이주노동자 200명을 고용해놓고, 임금을 제때 지급되지 않아 논란이 됐던 것.

 이주노동자들을 돕고 있는 B씨는 “이주노동자들의 불안한 신분을 악용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발생한 임금체불 문제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장 사장 C씨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일부 임금 체불이 있는 건 맞지만, 일부러 임금을 주지 않은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중소기업이 많이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일부 이주노동자들이 한 달 전부터 다른 이주노동자들까지 일을 못하게 해 오히려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2014년의 경우, 일했던 이주노동자들이 기다려줘 나중에는 다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번에는 전혀 협조를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이주노동자들까지 일을 못하게 하는 사람은 6명으로, 그들은 한 달 전에 이미 일을 그만 뒀고, 임금의 50% 정도는 지급이 됐다”며 “남은 임금도 가능하면 조금씩이라도 나눠 지급을 하려고 했는데, 그런 걸 못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기숙사에서 끼니 제공을 하지 않고 있는 부분과 관련, C씨는 “(이주노동자들의 반발로 인한)악순환으로 형편이 안 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 “또 일을 그만 둔 사람에게 줄 먹을 거리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을 그만 둔 이주노동자들이 공장에 남아있는 건 ‘불법 점거’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주노동자들이 체불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자신도 “이전 공장에서 발생한 폭력사태, 현재 공장 영업을 방해하고 있는 문제 등에 대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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