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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주노동자 노조 허용, 부당대우 개선 계기로

수정: 2015.06.26 20:59
등록: 2015.06.26 16:19

서울 경기 인천 등지의 외국인 노동자 91명이 국내 최초로 이주노동자 노조(이주 노조)를 결성한 건 2005년 4월이다. 창립총회를 거쳐 노조위원장까지 뽑아 서울지방노동청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으나 반려됐다. 노조원 중 불법체류자가 있을지 모르니, 외국인등록번호나 여권번호가 기재된 조합원 명부를 함께 제출하라는 보완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였다. 이후 이주 노조는 법원에 노조설립신고서 반려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노동청과 이주 노조 간 쟁송의 핵심은 불법체류자에 대해서도 국내법에 따라 노동권을 보장해야 하는지 여부였다. 1심 재판부는 “노조 대표자로 기재된 조합원이 불법체류자임이 분명한 만큼 해당 노조가 불법체류 외국인을 주된 구성원으로 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인정된다”며 노동청의 반려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을 거쳐 25일 대법원이 심리 개시 8년 만에 내린 판결은 이주 노조의 승리였다. 재판부는 “취업자격이 없는 불법체류 외국인도 자신의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한다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된다”며 “이들도 노조를 결성하거나 가입할 수 있다”밝혔다.

따지고 보면 대법원의 판결은 지극히 당연하다. 내국인 노동자의 경우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직장노조 가입자격을 제한 받거나, 가입한 노조의 적법성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도 출입국관리법상 취업자격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고용관계가 형성됐다면 노조 가입과 결성 등 노동권을 보장하는 게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성립된 노동관계법 전반의 취지에도 맞는다. 국적에 따른 근로조건의 차별대우를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5조, 인종차별금지를 규정한 노조법 제9조 등도 대법원 판결을 뒷받침하는 법적 근거다.

재계는 판결에 대해 “현실적인 산업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당장 중소ㆍ건설기업의 노사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는데다, 어차피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제약이 있는 이상 현실적으론 실효성 없는 ‘교과서 판결’이라는 냉소가 깔려 있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 재판은 올 들어 국제노동기구(ILO)까지 나서 조속 처리를 촉구할 정도로 국제적 관심사가 됐던 만큼 우리 국격(國格)에 상응한 판결이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번 판결이 국내 산업현장의 가장 힘든 분야에서 땀 흘려 일하는 100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열악한 근로조건을 정상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한국일보)



[사설] 지체된 정의, ‘이주노조 합법화’

등록 :2015-06-26 18:34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도 노조를 만들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25일 나왔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2005년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을 만들고 서울지방노동청의 노조설립 신고 반려를 취소하라며 소송을 낸 지 10년 만에 이주노조가 합법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번 판결은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도 노조를 결성하고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다. 대법원은 “다른 사람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노동조합법의 근로자에 해당하며,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헌법과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이 노동3권 보장과 함께 국적·인종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는 점에서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다. 내국인 노동자들이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노조 가입이 제한되지 않는 것처럼 미등록 이주노동자라고 해서 노동기본권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지극히 상식적이다. 대법원 말대로 이번 판결은 이미 확립된 국제기준을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런 상식과 원칙이 실현되기까지 무려 8년4개월이 걸렸다. 대법원은 2007년 2월 이 사건이 상고된 뒤 주심 대법관이 세 명이나 바뀌는 동안 판결을 미뤄왔다. 특히 양창수 전 대법관은 임기 6년 내내 이 사건을 방치했다. 법리상 쟁점이 복잡하거나 많은 것도 아니었으니 당연한 결정을 일부러 늦춘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사이 이주노조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간부들이 표적이 돼 잇따라 강제추방을 당했고, 임금체불이나 부당노동행위를 겪어도 단체교섭은커녕 항의조차 어려웠다. 사회적 약자인 이주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그런 현실을 인권의 보루여야 할 대법원은 8년 넘게 외면했다. 정의 구현과 인권 보장의 사명 대신 정부와 기업의 현실적 이익을 더 앞세운 탓일 것이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대법원은 더는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이주노동자를 단속과 통제의 대상으로만 보는 정부의 태도도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한겨레)


사설
[사설]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인정을 환영한다

이른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노동조합을 설립하거나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근로자로서의 법적 지위가 인정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어제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조가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낸 노조설립신고서 반려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타인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거기에는 취업 자격이 없는 외국인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적과 신분을 뛰어넘어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인정한 사법부의 첫 판단으로서 의미가 있다.

노동권은 국적이나 인종에 관계없이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하는 당연한 권리다. 미국·일본과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연합 국가의 사례라든가 유엔과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국제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법적 결론을 내리기까지 무려 8년4개월이나 걸렸으니 그동안 이주노동자가 겪은 피해와 고초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이번 판결이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환기와 정책 변화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이 법적으로는 보장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라든가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 등 사실상 노동권을 제한하는 정책이 엄연히 시행되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과 탄압에 치중한 정부의 태도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회적으로도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경향신문)

<연합시론> 이주노조 합법화 판결,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서울=연합뉴스)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는 2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놓고 찬반양론이 비등하다. 이주 노동자들의 권리를 대법원이 8년 만에야 인정해 준 것은 때늦은 감이 있다며 판결을 환영하는 목소리와 적법한 체류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을 왜 법으로 보호하려 하느냐는 반대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는 것이다. 찬성 측 논리는 이렇다. 내국인 노동자들이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노조 가입자격이 제한되거나 이미 가입된 노조의 실체가 부정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주노동자들이 출입국 관리법에 따른 체류 자격이 없다고 해도 자신의 노동을 제공해 생계를 유지하는 한 헌법상 노동 3권이 제한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차별대우와 임금 체불에 시달리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기본적 노동권을 보장받을 길이 열리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외국인 노동 착취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전기가 마련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크다.

반면 국제적으로도 범법자로 취급받는 불법체류자의 노조 설립을 허용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1심은 불법 체류자는 출입국 관리법상 취업이 엄격히 금지돼 있기 때문에 적법한 근로관계가 계속되는 것을 전제로 한 노동 3권을 행사할 법률상 지위가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소수 의견을 낸 민일영 대법관도 "국가는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의 고용을 제한하고 강제 퇴거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데 그런 국가가 불법 체류자의 활동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불법 체류자를 법률상 근로자로 봐야 하느냐는 근본적 물음을 놓고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도 여전히 논란이 가시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불법 체류 상태라도 노조법상 근로자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은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불법 체류자를 비롯한 외국인 고용과 관련한 법령과 노동 3권 보장은 엄연히 별개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불법 체류 자체는 불법이지만 불법 체류자라고 해서 '천부인권'마저 제한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 판결의 취지인 것이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도 불법 체류자의 고용을 제한하고 강제 퇴거 등 행정적 조치를 취하지만 노조 활동을 포함한 근로자의 권리는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이는 국제적 기준이라고 한다. 물론 이번 대법 판결로 부작용이 우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불법 체류 근로자들이 세력화해서 체류 합법화 등 정치적 이슈를 제기할 개연성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대법원도 분명히 밝혔듯이 이번 판결이 불법 체류자에게 취업자격을 주거나 국내 체류를 합법화하는 취지는 전혀 아니다. 또 불법 체류자는 엄연히 강제출국 대상이기 때문에 공개적 노조 활동은 현실적으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법원은 "설령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우리 사회가 이를 극복할 만한 국가적 저력을 갖춘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충분한 심리를 통해 나온 대법 판결을 놓고 미리 부작용부터 걱정할 것이 아니라 이주 노동자 문제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와 정책적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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