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3.28 18:22수정 : 2014.03.28 22:16

지난 12일 한 노년층 여성이 도쿄의 증권회사 앞을 지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이미 65살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25%가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도쿄/AP 뉴시스

내년 ‘외국인 실습제도’ 확대
취업기간 3년서 최대 8년으로
한국도 전철 밟을 가능성

지진 피해 복구·올림픽 준비로
건설특수 있으나 일손 부족해

‘인구 감소’ 위기에 직면한 일본 사회가 결국 외국인 노동자 ‘수입’ 확대라는 결단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인력 부족이 심각한 건설업 등에서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2015년부터 ‘외국인 기능 실습제도’(실습제도)를 확대하는 방침을 굳혔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이 안은 현재 최대 3년인 실습 기간을 마친 외국인 노동자에게 ‘특정 활동’이라는 체류 자격을 줘 최대 2년 동안 노동 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이다. 또 실습을 마치고 돌아간 노동자도 다시 일본에 입국해 최대 3년 동안 일할 수 있도록 문을 더 열었다. 이번 조처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일본 내 취업 기간이 현재 3년에서 최대 8년까지 늘어나게 됐다.

일본의 실습제도는 개발도상국에 일본의 기술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1993년 도입됐지만, 노동 현장에선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한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조처로 현재 1만5000여명선인 일본 건설업계의 외국인 노동자 수가 두 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습제도를 통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일본에 입국해 일하는 노동자는 15만명에 이른다.

이번 조처의 표면적인 이유는 일본 건설업계가 겪고 있는 심각한 일손 부족 현상이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재해 지역 복구를 위한 대규모 토목 공사가 줄을 잇는 데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수도권의 건설 특수가 겹친 탓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월 중순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기능공의 일급이 1만7000엔으로 전년보다 10%나 올랐다는 내용 등을 담은 ‘건설 인력 부족’ 기획 기사를 내보내며 정부의 적극 대처를 촉구한 바 있다.

결단은 쉽지 않았다. 외국인 노동자 급증으로 인한 치안 악화와 임금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쪽에선 “급하다고 외국인 노동자의 일손에 의존하면 현장의 기술력이 젊은이들에게 전수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내놨다. 그러나 자민당 ‘일본 경제 재생본부’ 작업팀은 “인구 감소와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외국인 노동자 수입이 필요하다”는 제안서를 최근 정부에 제출하며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일본의 위기 의식은 향후 인구 추이를 예측한 후생노동성 자료를 보면 분명해진다. 2008년 1억2809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일본 인구는 2030년께는 1억1662만명, 2060년께는 8674만명으로 줄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화율은 일본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전쟁 직후인 1947년 이후 태어난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2012년 이미 24.1%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초고령 사회’(65살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5% 이상인 사회)로 진입했다.

일본과 같은 인구학적 변화를 15년 정도 시간 차를 두고 따라가고 있는 한국에도 ‘강 건너 불’이 아닌 상황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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