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월드컵 노동자 1200명 사망… 9·11테러 넘어서
국제노동조합연맹 보고서…2022년엔 4000여명미투데이공감페이스북트위터구글
이미 1200명이 넘는 건설노동자의 죽음을 부른 2022 카타르월드컵 경기장 및 인프라 건설공사가 완공 때까지는 지난 2001년 9·11 테러 당시 사망자 수를 넘어서는 4000여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돼 충격을 주고 있다.

유치 과정의 비리 등 악재가 연속인 카타르월드컵에 대해 국제 여론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국제노동조합연맹(ITUC)은 25일(한국시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22년 월드컵 개막전까지 최소 4000명의 관련시설 노동자들이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9·11 테러로 발생한 사망자 3500명보다 많은 숫자다.

보고서는 네팔과 인도 대사관이 밝힌 최근 3년간의 사망자 추이를 분석,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네팔 정부는 2010년 이후 카타르 현지의 자국 건설노동자 4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고, 인도는 매달 평균 20명이 숨졌다고 공개했다. ITUC는 현재까지 이들 2개국 출신 노동자들만 1200명이 사망했고, 다른 국가 출신까지 합하면 사망자 수가 더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카타르의 외국인 노동자 수는 전체 거주인구의 절반이 넘는 140만 명으로 인도와 네팔 출신 노동자가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이 많은 사망자가 나오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건설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하는 것 외에도, 현지의 높은 기온 때문에 심장마비나 열악한 숙소 환경 등으로 전염병 등에도 노출돼 있다. 카타르는 여름 기온이 섭씨 50도에 이를 정도로, 사망자도 8월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ITUC는 “방문조사 결과 경기장 내 숙소가 비좁아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경기장 관람석에서 잠을 자고 있다”고 말했다.

ITUC에 따르면 노동자들 대부분이 노예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은 점심시간도 없이 하루 12시간을 일하며, 외국인 노동자의 90%가 자신의 여권을 고용주에 압류당해 거주이전도 불가능하다. 이는 ‘카팔라 체제’라는 중동 지역 고유의 노동계약 시스템 때문인데, 노동자들은 고용주의 동의 없이 직업을 바꾸거나 그만둘 수 없으며 임금 체불에도 제대로 항의할 수 없다. 국민 소득 9만 달러(약 9686만 원)로 세계 최고 부자나라인 카타르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최대 월 466달러(50만 원)밖에 받지 못한다.

ITUC는 카타르에 카팔라 시스템의 폐지 등 인권보장, 환경 개선 등을 촉구하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를 위해 나설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카타르 조직위원회 측은 “이는 월드컵 개최와 별개의 문제”라며 일축했고, FIFA도 “축구 단체가 카타르 입법에 관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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