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예술박물관장과 공연단원 말뿐인 '공동'회견?‥말 문 막힌 이주노동자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노동착취 논란을 불러온 아프리카 예술박물관 김철기 신임 관장이 27일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국회 기자회견장에 섰다. 이주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키로 한 뒤 함께 선 자리지만, 정작 통역사도 준비되지 않아 ‘노동착취 면피에 이용만 했다’는 비판에 부딪혔다.

박물관의 노동실상이 공개되며 박물관장 교체에 이어 이날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도 박물관 이사장직을 내려놨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수년 간 아프리카 박물관에서 아프리카 문화를 알려온 공연단 중 6명이 한국 떠난다”며 공연단원들을 소개했다.

김 관장은 “(취임 이후)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대화를 나누고 오해를 풀고 신뢰를 다소 회복할 수 있었다”며 “박물관의 잘못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했고, 이분들 역시 자신들의 뜻과 상황이 다소 다르게 전개된 부분에 안타까움 표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이어 기자회견의 상당 시간을 언론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데 할애했다.

김 관장은 “이번 사태에 일부 아쉬운 점들이 있어, 이를 모아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도적인 임금체불과 노동착취는 없었고, 이들에게 제공된 숙소와 쌀에 대한 언론보도에도 잘못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은 기자회견 내내 제대로 된 발언을 하지 못했다. 김 관장은 ‘(프랑스어) 통역사가 교통(체증) 관계로 늦고 있다’고 했다.

곧이어 홍문종 총장이 회견장에 도착해 이들과 악수를 하고 기념촬영을 한 뒤 떠났다. 홍 총장은 이들에게 영어로 “있는 동안 잘 해드렸어야 하는데 그동안 제가 시간을 못내 죄송하다. 감사하다. 또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후 김 관장의 권유에 따라 이주노동자 한 명이 마이크를 잡긴 했지만 불어 통역사가 없는 탓에 영어로 “한국말을 모른다. 통역사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말 밖에 전하지 못했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회견 직후 반박 성명을 내고 “부르키나파소 노동자들은 오늘이 출국일인데 아침에 갑자기 동원되었고 프랑스어 통역이 없어 기자회견문의 내용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부르키나파소의 노동자들을 본인들의 노예노동, 노동착취를 면피하는데 이용하는 끝까지 파렴치한 짓을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어 “사실을 감추고, 거짓으로 일관하면서 이사장직 사퇴로 사건을 무마하려는 홍문종측의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반성 없이 끝까지 파렴치함으로 일관하고 있는 홍문종은 국회의원직을 국민에게 자진 반납하길 바란다”고 했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