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에 카타르는 '현대판 노예'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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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2.28 03:04

    외국인 노동자의 비자 발급 고용주가 보증하는 법 체계… 임금 체불·중노동 불평 못해
    건설 현장, 4년새 1000명 사망… 카타르 정부도 수수방관

    중동의 카타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필리핀인 바네사가 수도 도하에 있는 '필리핀 여성 쉼터'로 도망쳤을 때, 그가 가진 건 입고 있던 옷 한 벌이 전부였다. 바네사는 지난 3년간 단 하루도 쉬지 못하며 일했는데도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주인에게 휴대전화, 여권마저 빼앗겨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였다. 바네사는 "그들(카타르 고용주)이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부호(富豪)의 나라' 카타르가 열악한 노동 환경과 처우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지옥(生地獄)'이 되어가고 있다. 카타르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만달러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카타르는 불합리한 노동 관행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현대판 노예제 국가'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26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은 카타르에서 작년 1~6월까지 고용주의 횡포에 못 이겨 자국 노동사무국으로 도피한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60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카타르 내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
    필리핀 노동자만이 아니다. 주(駐)카타르 인도대사관은 2010년부터 올 1월까지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인해 사망한 인도 노동자가 974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가혹한 노동 환경의 중심에는 '카팔라 체계(Kafala system)'로 불리는 독특한 노동법이 자리를 잡고 있다.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지역 국가들에서 운영되는 이 제도는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 비자 발급을 고용주가 보증하도록 한다. 노동자들이 추방되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는 권리가 고용주의 손에 달린 셈이다. 여권 등 개인 물품 압수, 하루 12시간 노동, 주7일 근무와 같이 비인간적인 처우가 아무런 보호막 없이 용인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상황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가 확정된 이후 더욱 심각해졌다. 월드컵을 위해 각종 인프라 건설 현장이 늘어나면서 동남아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급증했다. 그러나 섭씨 50도의 살인적 더위에도 노동 환경은 나아지지 않았다. 비위생적 주거·생활 환경까지 누적되면서 2010년 이후 1000명 이상의 외국인 건설 노동자가 사망했다.

    '노예'가 되는 것을 무릅쓰고 노동자들이 먼 타지(他地)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지 노동 사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없이 출국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첫째 원인으로 꼽힌다. 일자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일단 출국을 부추기는 인력 송출업체가 많다. 카타르 현지에 도착하면 본래 하기로 했던 업무가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카타르 정부는 가혹한 노동 현황을 수수방관하고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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