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출신 귀화인 입양 딸, 강제출국 위기

 

출입국관리사무소, "진술 허위 판단…재심 검토"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한 파키스탄 출신 귀화인이 모국에서 딸을 입양해 키우고 있으나,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체류 자격을 내주지 않아 아이가 강제 출국될 처지에 놓였다. 시민단체들은 인종차별이자 반인권적 처사라며 비판하고 있다.

25일 TAW네트워크와 이주인권연대, 유엔인권정책센터, 세이브더칠드런 등이 결성한 '파키스탄국적의 입양 이주아동의 체류자격 변경 허가를 요구하는 연대'에 따르면 파키스탄 출신으로 귀화해 한국인이 된 A(43) 씨는 2007년 첫째 아이 출생 이후 5년간 임신을 시도하다 이뤄지지 않자 지난해 파키스탄에 있는 친동생의 딸(당시 만 4세)을 입양했다.

입양은 파키스탄 법원과 한국 행정 관청이 요구하는 절차를 모두 거쳐 합법적으로 이뤄졌으며, 양녀는 파키스탄 주재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임시 체류 비자인 'C-3'를 발급받아 지난해 12월 한국에 들어왔다.

올해 1월 초 A 씨는 양녀의 체류자격 변경과 외국인등록증을 신청했지만, 관할 기관인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는 체류자격 변경을 불허했고 외국인등록증도 내주지 않았다.

A 씨가 양녀의 비자신청을 할 때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아 허위 진술을 했으며 A 씨의 월수입이 적어 입양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A 씨는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입양의 서류 절차가 모두 완료된 시점이며 그마저도 병원에서 태아의 심한 장애가 예상된다며 낙태를 권유한 상태여서 양녀 비자 신청 당시 말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허사였다.

이에 따라 양녀는 체류 기간 만료일(3월 17일) 전에 한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TAW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행정처분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인천출입국사무소가 파키스탄 입양이주아동의 체류자격 변경 신청을 거부한 것은 이미 입양절차가 완료된 아동의 인권과 한국 국민이 된 파키스탄 출신 남성의 가족 결합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게 한 인종차별적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비자 발급에 관해 재량권을 갖고 있지만, 입양 절차에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비자 신청시 진술 내용을 문제 삼아 이미 들어와 살고 있는 아이를 돌려보내라는 것은 부당하다. 유엔의 아동권리협약과 아동복지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애초 체류자격 변경 심사에서 비자 신청 당시의 진술이 허위로 드러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판단했다"면서 "재심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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