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인권보호보다 때려잡기 앞장서는 정부

등록 : 2014.02.13 15:31수정 : 2014.02.13 15:31

최근 경기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의 이주노동자 노동착취 사건이 사회문제화된 가운데, 정부가 이주노동자의 권리 보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강제단속의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헌법이 정한 영장주의에서 비껴난 조항도 포함돼 있어 논란을 부른다.

1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이주노동자 단체 연대모임인 이주공동행동의 설명을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해 12월20일 이주노동자 본인 동의 없이 지문이나 얼굴 등 생체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도록 하는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또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용의자가 있다는 신고 또는 제보를 받거나 의심할 만한 자료를 확보한 경우 담당 공무원이 현장 출입조사를 할 수 있고 조사를 방해하는 사람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관계기관에 범죄경력, 외국인 자동차등록 정보, 사업자등록 정보, 납세 증명 등 개인정보 제출을 요청할 권한도 포함돼 있다.

이주노동자 단체들은 개정안이 전반적으로 인권 침해의 우려가 많다고 본다. 특히 영장 없이도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출입해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강제수사를 하려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는 헌법의 영장주의에 반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또 조사 방해자 처벌에 관한 규정도 실제로는 과도하게 적용되면서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인권단체의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이주인권센터 김기돈 사무국장은 “지금도 출입국사무소의 이주노동자 단속은 무법지대나 다름없다. 명백하게 인권침해적이며 반헌법적인 개정안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집단 거주하는 경기 남양주시 마석 가구공단에 있는 남양주시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의 이영 사무처장은 “이곳에서 늘상 벌어지는 단속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법을 지키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단속을 할 때 담당 공무원이 신분을 밝히고 단속절차를 공지해주어야 하는데도 이를 전부 무시한다. 법무부 표시도 없는 승합차를 타고 와서 일단 잡고 보자는 식으로 한다. 이런 무소불위식 단속을 앞으론 거리낌 없이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민주노총과 이주공동행동은 12일 성명을 내어 “2007년 2월11일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로 10명의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않고 통제와 억압적 관리만 대폭 강화하고 있다”며 법무부의 법 개정 움직임을 비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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