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이주노동자 규제… 英 연립정부 ‘극한 갈등’
보수 ‘상한論’에 자민 반발
동유럽 이주노동자 규제정책을 둘러싼 영국 연립정부 내부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보수당은 이주민이 지나치게 많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한선을 두자는 입장이나 보수당의 연립 파트너인 자민당은 상한선 없이 자유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자민당 소속의 닉 클레그 부총리가 21일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럽연합(EU) 이주민 상한제(연간 7만5000명)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데 이어, 같은 당 소속의 빈스 케이블 산업장관은 22일 이주민 제한정책을 반유대주의에 비유하면서 맹비난을 퍼붓기까지 했다.

특히 케이블 장관은 “이주민 상한제는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최근 이주정책 관련 연설이 영국의 대표적인 국수주의 정치인이었던 이노크 파웰의 이른바 ‘피의 강물’ 연설을 떠올리게 한다고 주장했다. 옥스퍼드대 교수 출신의 하원의원이었던 파웰은 1968년 유색인종 이민규제를 촉구하면서 “로마의 피가 티베르강에 넘쳐 흘렀듯이 (인종갈등에 따른) 피의 강물이 영국을 뒤덮을 것”이라고 극언한 것으로 유명하다. BBC, 텔레그래프, 로이터통신 등은 클레그와 케이블의 이 같은 발언에 보수당 내에서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보수당과 자민당의 갈등으로 연정 기반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고 일제히 분석했다.

영국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루마니아인과 불가리아인의 이주제한이 풀리면서 일자리를 찾아 들어오는 이주민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EU 이주민들이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서 3개월을 기다려야 하고, 6개월 이후부터는 직업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실업수당 청구의 권한도 가질 수 없도록 하는 정책 등을 도입했다. 프랑스와 독일도 영국과 유사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불가리아의 로센 플레브넬리에프 대통령은 22일 옵서버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은 (이민 규제정책으로) 유럽 내에서 고립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내년 1월부터 동유럽 이주노동자들이 쏟아질 것이란 우려는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주제한이 만료되면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에서 몇 명이나 해외 취업에 나설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다만 최근 불가리아 여론조사 결과 성인 인구의 3∼4%에 달하는 약 20만 명이 서유럽 취업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2007년 EU 가입 이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9개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회원국에서는 이미 이주제한 없이 취업이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 자유화 조치로 인해 해외 이주자가 폭증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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