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인종주의’를 들여다보라 [2013.10.28 제983호]
기획연재 국민과 난민사이 ④ 난민이 된 한국인들 백인들 올려다보면서 유색인 내려다보는 한국인들… 난민 등 이주민 바라보는 지배세력 시각 점검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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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김태형
나는 국민국가의 해체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무엇보다 <이매진>처럼 전쟁 없는 세상을 이매진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글로벌한 자본주의 세계에서 자본에는 국경이 없는데 사람(노동)에게는 있지요. 그것도 아주 강하게. 오늘날의 국민국가는 자본주의 질서 내 지배세력이 장악한 관리기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요. 한국은 분단과 전쟁이라는 과정 때문에 비정상의 국민국가로 자리잡으면서 무엇보다 근대적 시민의식이 그 토대를 이루고 있지 못합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국가는 아주 강한 데 비해 국민의 지위는 아주 초라한 것이지요. 서울 용산 참사나 경남 밀양의 상황이 말해주듯, 국가가 국민을 대상으로 진압작전을 ‘실제로’ 벌이기도 하지요.

이처럼 강한 국가와 초라한 국민 사이의 간극을 채워주는 건 지배세력에 의해 끊임없이 ‘주입된 민족주의 의식’입니다. 이는 박정희로 상징되는 압축성장과 그에 따른 물신주의와 연관되는 것인데, 한국인의 의식 세계에는 ‘GDP(국내총생산) 민족주의’라고 부를 만한 게 자리잡고 있지요. 아니, 거의 ‘GDP 인종주의’라고 부를 만합니다. 한국인들에게 주입된 ‘GDP 인종주의’라는 거울을 통해 난민 등 이주민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사는 백인들에게는 받는 것 없이 올려다보면서, 못사는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유색인종에게는 주는 것 없이 내려다보지요. 올려다보고 내려다보는 각도는 정확히 반사되는 각도이기도 하고요. 이따금 TV를 보는데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등장했더군요. 아프리카 등 오지에서 연예인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생생히 보여주는 프로그램인데 시청률이 꽤 높게 나오는지 방문 지역이 다양해진 듯했어요. 그에 비해 북유럽의 복지나 교육 현실을 담은 프로그램은 잘 만들어지지 않는데, 하긴 만들어봤자 시청률이 높지 않겠지요. 흥미롭지 않나요?

‘GDP 인종주의’의 양면성, 가난한 그곳에 있는 사람에게는, 또 국내에 와 있는 유형의 개인들과 직접 만날 때엔 동정과 시혜의 눈길을 주기도 하지만, 무형의 난민 등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 반대편에 있지요. 그러나 이 양면은 모두 내국인들이 국가에 당하는 억압과 피해의 무의식을 보상받는다는 점에서 하나로 만납니다.

그 위에 내부 사람들에게 외부 틈입자는 그 자체로 불안 요인이고 지배세력에게 향할 내국인들의 불만을 틈입자들을 향하게 하면서 해소시키는 것. 같은 내국인임에도 흡연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어 서로 적대시키는 것도 그런 효과를 얻고 있지요.

국민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그것은 난민 등 이주민을 바라보는 대한민국 지배세력의 시각을 점검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돼야겠지요. 아내를 구하기 어려운 사회 현실에서 받아들인 동남아 출신 여성들이라는 점, 그리고 저렴한 임금에 국내 노동자 통제에도 효과적인 이주노동자들이라는 점을 빼놓고 이 질문을 던지거나 응답하는 것은 비겁하거나 무지가 빚은 거짓이 되겠지요.

생텍쥐페리는 “우리는 이 땅을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게 아니다. 우리 자손에게서 빌린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이 땅의 주인인 우리 자손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게 된 현실을, 우리 의식이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현실적인 출발점이라고 봅니다. 나는 궁극적으로 ‘우리’라는 말조차 해체하고 싶지만 말입니다.


홍세화 <말과 활> 발행인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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