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법 시행 앞두고 정치난민 2년 만에 풀려나

2013-06-26 16:33 | 전남CBS 박형주 기자

지난 2년여 간 출입국 관리 사무소에 구금돼 있던 외국 정치 난민이 다음달 난민법 본격 시행을 앞두고 극적으로 풀려났다.

여수 출입국 사무소는 "파키스탄인 36살 K 씨에 대해 신병을 맡고 있는 부산출입국사무소가 일시보호해제 조치를 허가함에 따라 26일부로 보호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는 K 씨가 지난 2011년 5월 위명여권(다른 사람 명의 여권)을 갖고 불법 체류한 혐의로 여수 출입국 사무소에 구금된 지 정확히 2년 1개월 만이다. 통상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보호소에 입소하면 체불임금 등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보름을 전후해 강제 출국조치되는 것을 보면 K씨의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K 씨는 파키스탄이 지난 1948년 강제합병한 발루치스탄인으로 발루치스탄의 독립운동을 위해 비폭력 독립운동단체에서 활동했다. 독립운동 집회 포스터를 붙이다 파키스탄 경찰이 쏜 3발의 총탄에 맞아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탄압이 심해지자 99년부터 위명여권으로 파키스탄과 우리나라를 오가며 불법체류하다 2011년 적발돼 구금됐다.

이후 정치적 난민임을 주장하며 서울출입국관리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여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의 1심에서 난민임을 인정받았다.

일반적으로는 이처럼 인정되면 일시보호해제 조치를 신청할 경우 최대 2천만 원의 보증금을 내고 해제 조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K 씨는 장기 구금으로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할 뿐 아니라 위명여권에 대한 법무부의 내부 규정에 따라 해제 조치 신청을 하지 못해 왔다.

그러나 K씨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퍼블릭 법률사무소 배의철 변호사가 부산출입국사무소 측에서 지난 2년 간 정기적인 보호명령서를 고지 않은 사실을 밝혀내고 이에 대한 이의신청을 지난 19일 법무부에 제출하는 등 끈질긴 구명 노력을 한 끝에 빛을 보게 됐다. 이번 보호 해제도 배 변호사가 보증을 서고, 퍼블릭 법률사무소에서 천만 원의 보증금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숙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장은 "그동안 오랜시간 보호해 많이 부담스러웠는데 이번에 좋은 조치로 나가게 되니 내 일처럼 기쁘다. 난민법이 다음달부터 본격 시행되고 법무부에 전문부서가 신설됨에 따라 전향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2년만에 바깥 세상 공기를 맡게 된 K 씨는 "그동안 많이 도와준 배의철 변호사와 정병진 여수솔샘교회 목사에게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발루치스탄의 독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고 출입국 사무소를 나섰다.
profile